-
-
황금팽이
허은순 글, 김이조 그림 / 현암사 / 2010년 5월
얼마전 텔레비전 모 프로그램에서, 요즘 아이들이 갖고 노는 팽이를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팽이라는 것이 영~재미가 없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팽이가 튀어나가 계속 돈다. 아이들은 그 팽이를 보기만 하고 어떤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은데도 요즘 아이들은 재미있어한다. 팽이란 게 열심히 쳐서 쓰러지지 않도록 오래 돌리는 게 묘미인데 말이다. 바깥 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든 요즘 아이들이기에 팽이치기마저도 움직임이 전혀 없는 놀이가 되어가는 듯해 씁쓸했다.
이 책은 옛날 우리가 돌리던 그 팽이를 갖고 노는 아이들 이야기이다. 웅철이라는 아이는 팽이를 많이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팽이를 자랑스럽게 들고 나가서 논다. 밖에서 놀던 아이들이 웅철이의 팽이에 관심을 갖고 다가온다.
보아하니 시간적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 과거의 어느 날이다. 웅철이의 집 풍경이 그러하고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그러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웅철이의 팽이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 과거는 사라지고 환상의 세계로 변한다.
노란 옷을 입은 여자아이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얼굴에 점이 난 소년은 강아지의 모습으로,
돼지바를 입에 문 여자아이는 돼지의 모습으로,
소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은 아이는 소의 모습으로 변한다.
변신한 아이들과 웅철이가 팽이를 돌릴 때는 그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놀이가 되어있다.
우리 어릴 때 팽이를 돌리며 놀 때, 바로 이런 기분이엇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처럼 돌아가는 팽이를 눈으로만 본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신나게 놀다보면 저녁이 오고 골목에서는 아이를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그날의 놀이는 자연스럽게 마쳐지곤 했다. 이 그림책에서도 웅철이 엄마가 웅철이를 부르는 소리와 함께 놀이는 끝이 나고, 웅철이는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은 황금팽이를 들고 집으로 간다.
그저 옛날에는 이랬지라는 이야기였다면, 참 시시한 이야기가 되었을텐데 환상의 세계로 시공간이 바뀌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어른들의 추억의 놀이를 그저 회상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고양이가 웅철이의 황금팽이를 들고 도망가는 모습도 익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