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우표 동심원 7
곽해룡 지음, 김명숙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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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런 시가 좋다.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 그리고 읽다보면 딴 생각을 한참 하게 하거나 그림이 그려지는 시. 이 시집에도 그런 시가 몇 개 있다. [입술우표]의 표지 그림은 사실 마음에 안들었지만(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지만), 시집의 전반적인 내용에서는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시는 [날개]와 [오리가족]이다.

 

벌레에게 먹힌

어린 나뭇잎

이듬해 봄이면

호랑나비 날개가 된다

 

수채에게 먹힌

어린 물고기

여름이면

왕잠자리 날개가 된다.

 

그물맥만 남긴 나뭇잎이

꽃잎에 앉았다

 

가시만 남긴 어린 물고기가

하늘을 난다

                                   -날개, 전문-

 

화자는 팔뚝에 겁도 없이 앉아 준 잠자리가 고마워서 날아갈 때까지 막대기처럼 서 있기도 하고[막대기가 된 날], 오목눈이 둥지에서 아기새 네 마리를 봤지만 친구들에게 그 장소를 알려주지 않고 무사히 자라 포롱포롱 날 때까지 뻥쟁이가 되려고도 한다. [뻥쟁이가 되기로 했다] 화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이웃이나 내 주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눈빛도 보인다. 아빠 오리는 안 보이지만 행복해보이는 [오리가족], 아들을 못 본지 일년이 넘었다는 [면발 뽑는 아저씨], 뇌성마비 [막내고모], 하늘 나라 들길을 걷고 있을 할아버지의 [고물리어카], 지하철이 무대인 [맹인가수] 등등. 우리 주변에 있지만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 잘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는 읽기에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오리가족]은 마음에 쏙 드는 시다.

 

오리 가족이 헤엄쳐 간다

 

엄마 오리가 물살을 가르며 간다

 

아기 오리들이 씩씩하게 따라간다

 

아빠 오리는 안 보인다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오리 가족,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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