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 ‘국제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작 동심원 1
이준관 지음, 최혜란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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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느낌이 좋은 낱말이다. 평소에는 별로 못느꼈는데. 

이 세상 

어디선가 쑥쑥 

자라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시집을 펼치면 요 글귀가 보인다. 그렇네. 몰랐네.  

이준관 시인의 동시집인 '쑥쑥'에는 골목길 풍경이 많이 담겨있다.  

이 동시집을 읽고 있으니 텔레비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골목길'만 테마로 해서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때의 느낌과의 비슷하다.  

어른들은 골목길에 대한 추억이 다들 갖고 있을 법하다. 내가 어릴 때 살던 곳에 가보았는데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골목길은 사라졌다. 그걸 아쉽다고 해야할 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난감하긴 했다. 그때는 골목길이 나의 놀이터였고, 쉼터였는데 지금 아이들도 그럴까? 

얼마전에 우리 동네(지금 살고 있는 곳) 골목길에 늘 나와서 담소를 즐기던 할머니 한분이 이사를 가시자 다른 분들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간 낮시간은 적막하기까지 하다. 어르신들의 수다소리마저 사라지고 나니 골목길은 '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친구들 노는 소리 참새 소리 개 짖는 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시인은 그런 골목길을 노래한다. '봄이면 골목엔' 빨래를 너는데 빨래가 많은 만큼 아이들도 많단다. '우리는 골목에서' 개를 만나면 신나는 일 찾아 따라가고 개미구멍처럼 재미있는 일 찾아 단단다. 그러다가 '진짜 골목'에서 조용한 골목은 영 골목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 그래서 나는 앞선 시들이 골목을 노래할 때 요즘 골목은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했다. 진짜 골목은 그런 느낌이어야하지만 요즘 골목은 골목같지 않다. 시인이 바라는 골목과 내가 바라는 골목이 맞닿아 있다. 

골목길에서 벗어난 시인은 들길로 나간다. 나비를 잡으러 꽃밭으로 달려가고 잠자리를 잡으러 들길로 달려가는 아이들, 개구리가 팔딱 뛰고, 오리가 꽥꽥거리고, 길가에는 민들레꽃이 피어있고, 세상에 나온 꽃들이 나비랑 벌을 불러들인다. 여름 매미소리는 할아버지에겐 졸음 오는 소리고 호박넝쿨에겐 힘내라는 소리, 매미채를 든 용이에겐 혀를 날름 놀리는 소리다.  

골목길의 풍경과 더불어 자연의 풍경은 우리에게 너무 낯선 풍경이 되었다. 예전에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공간이었고 익히 보아오던 모습이지만, 요즘은 그것이 쉽지 않다. 시인은 골목길과 들길 걷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이 시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너도 느껴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서 봐야 하는 이 풍경들, 그 흔한 골목길이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나 등장하고, 길가에 핀 꽃들도 누군가의 비질에 쓸려가버리는 곳에서 이런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나는 이 낯설음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다. 따뜻하고 포근한 이 느낌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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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6-0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네요 쑥쑥
정말 좋은 소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