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할아버지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100일을 견딘 곰이 낳은 아들이 단군이고 그가 우리의 시조다.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듯하다. 게다가 단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한민족 한핏줄, 단일민족 어쩌구 저쩌구가 붙으니 언제부턴가 나는 이 이야기를 멀리해왔다. 개인적으로 다문화가정이나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많은 외국인을 만나는 일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신화도 상상이 더해지면 더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소재임에도 틀에 박힌 이야기가 재미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일단, 단군이야기에 상상이 더해져 더 풍성한 이야기가 되었다는 점을 말해야겠다. 이야기적인 요소를 많이 살렸고, 곰과 호랑이라는 비유를 해석해 곰부족과 호랑이부족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환인이 하늘나라에서 땅으로 환웅을 보낸 이야기, 하늘과 땅을 연결하던 하늘사다리가 사라진 이야기, 그리고 곰부족과 호랑이 부족이 하늘에서 떨어진 돌을 차지하기 위해 쑥과 마늘을 먹고 동굴에서 100일을 버틴 이야기, 곰부족의 여인과 혼인한 환웅에게서 태어난 단군이 나라를 다스린 이야기(가뭄과 물난리, 전염병에서 나라를 구하고 사람들을 살린 이야기)까지. 단군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신화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우리의 단군이야기는 하나의 틀에 묶여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풍성해진 이야기 측면에서 이 책은 읽어볼만하다. 원전에서 전하는 단군이야기를 알고 읽는다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