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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지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 - 행동교정 3탄 ㅣ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8
노지영 지음, 순미 그림 / 소담주니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하나하나의 제목이 성인인 나에게도 필요한 항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짜증이 많이 나는 날에는, 내 마음을 내가 어떻게 다스려야할 지 갈팡질팡이다. 하물며 어른인 나도 그러한데,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익숙하지 못할 것이다. 이전에 읽은 '고집'도 그렇지만, '짜증'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짜증이 점점 늘고 학교에서는 외톨이가 되어가는 중인 '영웅'이가 주인공이다. 마음 속에 품은 불만을 숨기고만 있어도 병이 되지만, 그것을 현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표출했을 때도 병이 된다. 마음이 아픈 병. 영웅이는 자기도 모르게 친구들에게 짜증을 낸다. 그것이 하루 하루 더해질수록 아이들은 영웅이를 피하려들고, 영웅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늘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사람들과 일해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그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위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 일인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함께 하기 보다는 그 사람을 배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불평과 불만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되고, 이유 없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짜증'이 되었을 때는 문제가 된다. 더 나은 것을 위한 불평과 불만은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영웅이도 마찬가지다. 마음 속에 뭔가 불만이 있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에서 불평과 불만이 쌓여가는 중에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친구들은 영웅이를 피한다. 그리고 영웅이와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영웅이가 본 그림, 태권브이가 운동장 한 구석에 외롭게 앉아있는 그림은 영웅이의 상황을 잘 대변해준다. 그렇다면 이런 짜증은 어떻게 해소를 해야할까? 어느날 나타난 영웅이가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 법사는 바로 영웅이 마음 속의 희망이다. 법사는 현실에서의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하지만, 영웅이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물론 그 용기는 영웅이의 마음이 실천으로 행동했을 때 더 빛이 났고, 친구들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영웅이의 행동과 마음 상태를 책을 통해 읽다보면, 내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혹시 영웅이처럼 끙끙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짜증을 그저 못된 행동, 고집의 일부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닐까 엄마로서 자문도 해본다. 이 책을 아이들이 읽는다면, 짜증을 내기 전에 다시 한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줄 것이다. 이 시리즈의 책들이 재미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럽다. 억지스럽게 강요하고 있지 않아서 좋다.
지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가 '짜증'이라는 것을 앎으로써 '짜증'을 내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