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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들썩대는 뿔난 마음 고집 - 행동교정 5탄 ㅣ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10
양승완 지음, 정주현 그림 / 소담주니어 / 2010년 4월
평점 :
고집없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수많은 고집을 보고 듣고 또 부리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고집은 신념이 되어 타인으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하고, 어떤 고집은 아집과 권위주의가 되어 타인으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한다. 굳이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제 스스로에게도 '고집'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신념이 된 고집은 뿌듯함으로 남지만, 아집과 권위주의는 혼자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신념을 갖고 살았나, 제멋대로 고집을 부리며 살았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특히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자기만의 고집이 생기고, 엄마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저 고집을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고민도 한다.
그렇지만 결론은 늘 하나다. '고집'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 이기적인 마음으로 부리는 고집은 꺾이는 것보다는 스스로 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걸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결국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인데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집 아이도 고집을 부린다. 아직은 엄마가 무서워서 자기 고집을 꺾고 엄마 품으로 들어오기 일쑤지만, 점점 자기 생각이 뚜렷해지고 한살 두살 나이를 먹으면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엄마의 판단이 무조건 맞다는 보장도 없지만, 적어도 지금 시기에는 엄마의 판단이 옳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을 아이도 알고 있다. 엄마인 나도 이제 아이가 자라면서 내 고집을 꺾어야 할 때가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책은 고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들 스스로 읽고 자신의 고집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다행히 이 책은 지나치게 가르치려드는 책은 아니다. 내용이 재미있고, 재미있어서 쭉쭉 읽는 동안 해돌이의 입장이 되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해돌이는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듣는 아이다. 고집을 부리지도 않고, 평범하게 살고 있다. 그런 해돌이가 고집을 부리는 준호를 보면서 그것을 '멋있게'느낀다. 사실, 이 부분은 조금 의아했다. 고집을 부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것을 멋있게 느낀다는 것이. 그런데 해돌이처럼 늘 엄마 아빠 말에 순종하면서 살아왔다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자신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있는 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보통의 아이들은 고집을 부리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일 뿐.
해돌이는 도깨비나라의 떼쟁이 떼깨를 만나면서 자신이 볼 수 있는 색과 고집을 부리고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힘을 바꾸게 된다. 해돌이가 개암을 하나씩 깨물 때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떼깨는 색을 볼 수 있게 된다. 해돌이가 고집을 부리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얻지만, 색깔을 볼 수 있는 것과 함께 뭔가를 더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에 가서야 후회를 하는 해돌이가 도움을 요청한 건 부모님이었다. 이 책에서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가까운 친구에게도 도움을 구하라고 말한다.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친구를 다 잃어버리지 않앗다면 말이다. 떼깨라는 도깨비와 해돌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신념이 될 수 있는 고집과 그렇지 못한 고집을 배우게 된다.


다만 준호가 고집을 부리는 행동이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지 않고, 해돌이의 고집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