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의 비밀 - 삶의 순환과 죽음에 대한 안내
얀 손힐 지음, 이순미 옮김, 정갑수 감수 / 다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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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죽음'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렵다. '죽음'을 뭐라 정의할 것인가, 그 정의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그리고 '죽음'의 의미 이전에 '죽음'의 실체를 아는 것, 그것도 결코 쉽지는 않다. 그래도 삶이 있으면 죽음도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솔이와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은, '공룡'때문이었다. 한솔이의 어린 시절 기억은 거의 '공룡'과 함께 한다. '공룡'때문에 한글을 읽고 쓰기 시작했고, '공룡'때문에 육식과 초식, 잡식 동물을 알았고, 육지에서, 수중에서, 하늘에서 사는 것들을 알았다. 그리고 '공룡의 멸종'을 통해 지진과 화산활동, 운석에 이르기까지 지구과학과 우주에까지 관심을 확장했고, '죽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공룡 화석'을 통해 죽음 이후의 모습도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공룡'은 한솔이의 지식 정보를 확장하는데 무척 많은 역할을 했다.

 

얼마전에는 청동풍뎅이 표본을 보면서 '이 청동풍뎅이는 죽은 것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죽음'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주변에는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 중의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삶과 죽음' - 삶의 순환과 죽음- 을 이야기한다.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삶'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죽음에 대해 알아보려면, 먼저 삶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왜 어떤 것은 오래 살까요? 왜 어떤 것은 짧게 살까요? 왜 모든 생물체는 결국 다 죽을까요?'라며 생각을 확장시킨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죽는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지구에 있는 삶은 계속 이어진다. 죽은 다음에는 부패하고 점점 분해되어 모든 생물체의 기본 단위인 분자로 되지요. 새로운 삶은 오래된 것이 죽으면서 시작된답니다.'(p.07) 

 





이 발바닥 사진을 보면서 나는 어린 한솔이의 발바닥이 생각났다. 한솔이는 지난 사진을 보면서 왜 자신의 발바닥을 이렇게 찍어놨냐면서 물었다. 태어났을 때 처음 찍은 발자국, 그리고 집에 와서 찍은 발바닥. 네가 태어났을 때 손가락 발가락 하나하나가 다 소중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서란다.

 

삶이란 무엇일까? 철학적 질문이라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생물적으로 보자면 '생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p.08) 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생물은 짧게 살고, 어떤 생물은 오래 산다. 그렇다면 이런 생물들은 어떻게 죽을까?

 

2장에서 어떻게 죽나를 설명하기 위해 파리의 예를 들고 있는데, '빠져 죽거나, 파리채에 맞아 죽거나, 부딪쳐서 죽거나, 잡혀 먹힌다. 배고픈 동식물, 날씨와 병, 전쟁, 환경파괴등과 같은 다양한 설명이 사진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3장에서는 죽은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명체가 죽은 후 부패되는 과정과 화석으로 남는 경우를 보여주는데, 부패의 과정을 사진을 통해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알고는 있지만, 자세히 보기는 꺼려지는 모습이지만, 알아야하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4장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게 사람의 죽음이 아닌가 싶다. 가까운 누군가가 죽으면, 우리는 그 죽음에 어떤 반응을 보인다. 그것이 내 죽음이 아무 의미 없이 사라짐이 아닌 이유가 될 터이다.

 

삶과 죽음, 쉽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한마리 새의 죽음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진 배열이나 글자체가 마음에 안들긴 했지만, 삶과 죽음을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과, 작은 실험이지만 화분의 식물을 통해, 빵의 부패를 통해 삶과 죽음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한 것도 괜찮았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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