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이야기 보물창고 17
이금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금이 선생님의 작품은 거의 청소년 소설을 읽었고 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편이다. 그래서 내가 작가 이름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책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낸 내용이었다.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라니.. 제목만 보고는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 역시 자주 하던 말이었고, 일기장에 자주 쓰던 말이었다. 하긴, 우리집 아이는 5세인데도 벌써 '싫어요, 몰라요'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니, 조금 있으면 '그냥요'가 추가될 것이다.

 

이 책에는 '기절하는 양',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열려라 맘대로 층!' '누리는 꾸꾸 엄마'가 실려 있다. '기절하는 양'에서는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우리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나 감당하기 힘든 일을 만날 때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지 않았던가. 그러나 도망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 속 승현이는 깜짝 놀라거나, 충격을 받으면 '기절하는 양'처럼 자신도 기절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자신이 도망가고 싶은 모든 현실에서 도망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승현이가 '기절하는 양'이 되었을 때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려는' 좋은 순간에 기절을 하고 만다. 재미난 결말이다.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는 아이들이 자주 내뱉는 말이거나 혹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말이다. 아이들은 이 세마디에 많은 의미를 담아서 한다. 우리집 아이는 야단 맞거나 혼이 날 때 꼬박 꼬박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안된다'는 원칙에 충실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점차 아이는 '싫어요'와 '몰라요'라는 대답을 하게 된다. 이제서야 다시 한 번 아이의 말을 잘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 말을 하게 만든 건 내 탓이다. 책 속의 코끼리 아빠도 그랬다. 아이의 말은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한다. 그게 어른이면서 아빠인 자신의 당연한 역할인 것처럼. 이 이야기는 아이보다도 어른인 나를 더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열려라, 맘대로 층!'은 아파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아니, 아파트 뿐만 아니라 백화점이나 고층건물에 있는 사무실에서도 자주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얼마전 백화점에 갔다가, 층마다 다 서는 엘리베이터때문에 갑갑했던 적이 있다.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서는데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어서 신경질적으로 '닫힘'버튼을 눌렀었다. 책 속의 하늘이는 1층에 사는 아이지만, 엘리베이터 층을 다 눌러놓아 위층에 사는 주민들을 화나게 했다. 함께 놀 친구도 없고 바쁜 부모님 때문에 늘 혼자인 하늘이는 그 심심함을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르면서 해소한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나오는 동굴처럼 생각되어 신기하기도 했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불편하게 했는지 잘 모른다. 어느날 '맘대로 층'에 가게 된 하늘이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게 되었을것이다.

 

'누리는 꾸꾸엄마'도 어릴 적 돼지저금통에 동전 하나하나 넣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집 아이도 소중한 돼지저금통을 하나 갖고 있는데 그 마음이 읽혀져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억지스럽게 짜맞춘 이야기가 아니라,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하고, 지금의 아이들을 이해하게 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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