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 - 서로 다른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브리타 슈바르츠 외 지음, 윤혜정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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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는 독일의 민간설화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림형제의 이야기들은 그림형제의 순수창작물이 아니라 독일에서 전해내려온 민간설화를 모아서 펴낸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옛이야기' 혹은 '전래동화'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게 된다. 이야기가 입으로 전승되던 시절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의 변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민간설화가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이며,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지만, 그 속에는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공감을 이루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 잊혀지지 않고 전승된다.

 

그런데, 이렇게 입으로 전승되던 이야기가 문자라는 기록매체를 만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로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고 사회적, 개인적 상황이 여러모로 달라졌음에도 이야기는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임) 그런데, 이렇게 고착화된 이야기를 다양하게 변형시키고 새로운 가치관을 포함시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작가들이 나타남으로써, 변형과 변화를 거듭하던 옛 이야기의 특징이 살아나는 듯 싶다.

 

이 이야기 '헨젤과 그레텔'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이야기는 헨젤과 그레텔의 입을 빌려 어른들의 행동을 판단하며, 그들의 재치와 기지로 위험으로부터 탈출하며 행복한 결말을 이루어낸다. 가난한 부부가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숲에 버리지만, 헨젤과 그레텔은 기지를 발휘해 집으로 돌아오고, 다시 버려지는 과정을 겪다가 과자로 된 집에서 마녀에 의해 죽을 뻔 하다가 다시 살아돌아온다. 물론 마녀의 보석들과 함께. 그리고 그들 가족은 이후로 행복하게 살았다나? 그런데 이 이야기 '진짜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그들의 행동을 바라본다.

 

즉, 아이들의 입장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입장이 함께 그려지고 있는데, 같은 상황인데도 둘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된다. 헨젤의 입을 빌려 아이들(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최대한 비슷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편 마녀 사미라(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의 입을 통해 헨젤과 그레텔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아빠와 새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른들의 입장을 부모가 아닌 마녀 사미라의 입을 빌렸다는 것도 재미나다. 



 
보는 사람,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의 입장에 따라 똑같은 사실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입장차이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객관적인 사실이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사실'을 보려고 한다. 결국 '사실'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위에 배치된 그림을 보면서 양쪽의 입장을 가늠해본다. 똑같은 상황인데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진다. 사미라의 이야기와 헨젤의 이야기는 각각 어른의 입과 아이의 입을 대변한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너희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은 오히려 헨젤의 이야기에 더 공감할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사미라의 이야기와 행동은 전형적인 이 시대의 어른의 모습이다. 대신 헨젤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상상이 포함된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둘을 섞어버리곤 하는데 그래서 아이다운 것이리라.

 

아이들이 읽어도 좋겠고, 어른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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