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삶이 내게 왔다
정성일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그 삶이 내게 왔다.

나만의 길을 찾은 17인이라.

우리는 살면서 타의든 자의든 일을 하게 되고, 그 일이 밥벌이가 된다. 주변을 살펴보면 자신의 일에 대해 불평불만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특히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때에는 그 일의 가치-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와는 상관없이 그저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이다. 그들 역시 힘들고 고달픈 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길을 찾아 그 길을 걷고 있으므로 나와 같은 이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공선옥, 정성일, 박래군, 이진숙, 이현우, 서민, 남경태, 김창남, 안건모, 강홍구, 이영미, 이희수, 염형국, 박승숙, 양희규, 김신명숙, 전진삼.

이들 중 내가 익히 알고 있거나, 이름 석 자라도 들어 본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관심 분야가 달라서일 것이고, 그들의 이름보다는 그들의 행위가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들이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결코 쉽게 그 자리에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나에게는 조금 낯선 분야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지만, 그들의 삶은 내게도 좋은 거울이 되어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김신명숙의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다. 얼마 전까지 나도 이들처럼 나만의 길을 찾았다고, 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고 어느새 나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되는 현실(육아와 살림)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갖고 있었는데 말이다.

‘왜 대다수의 여성들은 부당한 차별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한국 사회의 여성 문제를 탐색하기 위해 여성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많은 여성들이 허약하고 의존적인 내면을 갖고 있었다. 그녀들은 대개 분노보다 체념이나 합리화를 택했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나 저항보다는 순응이 주는 당장의 편안함 쪽으로 기울었다.’(p.250)는 결론을 내리고 ‘여성 내부의 혁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짧은 글이었지만, 그녀의 글은 나를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아이를 두고 혼자 외국에 나갔던 ‘나쁜 엄마’이자 자신의 삶과 행복을 남편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나쁜 아내’(p.246)였던 그녀는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이며, 앞으로 내가 경험하게 될 모습이었다. 결국은 시도도 하지 못한 채 두 손을 들고 말았지만. 그래도 김신명숙의 이야기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도전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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