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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악사들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5
제럴드 맥더멋 지음, 김현좌 옮김 / 봄봄출판사 / 2009년 8월
그리스로마신화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신화라 하면 보통은 그것을 떠올리기 쉽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가끔,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신화의 세계와 만나면 그리스로마신화와는 다른 태초의 세계를 만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 [태양의 악사들]은 아스텍 신들의 우두머리이자, 밤의 제왕인 테스카틀리포카에서 영감을 얻은 책이며
멕시코 중부 지방의 아스텍족의 신화 가운데 일부분이라 한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연기를 내는 거울'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을 볼 수 있는 흑요석 원반을 말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익숙치 않은 신화라 이 그림책을 보기 전에 조금 찾아보았더니
테스카틀리포카는 차는 달, 그리고 케찰코아틀은 이지러지는 달의 신격화(神格化)라고 한다.
아하, 밤의 주인이니 '달'이구나.
그림책 속 밤의 주인은 푸른색과 보라색이 조합되어 달의 이미지를 쏙 빼닮았다.
이 밤의 주인 옆에는 항상 부엉이가 함께 나타나는데, 이는 '밤의 자연'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저,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로만 생각했는데, 밤의 자연을 상징할수도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아이가 보기 전에 아스텍신화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한 다음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보았다.
물론, 4살짜리 아이에게는 무의미한 것이었지만,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해주기 위해선 필요한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그림이 무섭다고 하더니, 부엉이를 발견하고는 관심을 보였다.
밤의 주인이 들고 있는 이 거울은 그의 세번째 눈이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고 아무 즐거움이 없는 곳이었다.
이 모든 것을 바꾸기로 마음먹은 밤의 주인.
그가 불러낸 것은 바람이었다.
아이는 바람을 보며 '새처럼 생겼어요. 부리를 보세요.'라고 말했다.
태양을 두려워하는 바람에게 밤의 주인은 터키석으로 만든 방패와, 천둥을 부르는 검은 구름, 번쩍이는 번개를 주었다.
바람이 바다의 끝에 다다랐을 때 거북여인, 물고기여인, 악어여인을 만나 도움을 얻는다.
바다에 사는 거북이나 물고기는 그렇다치고 악어는 뭘까? 했는데,
찾아보니 아스텍 신화에 나오는 바다괴물이 물고기와 악어의 모습을 반반씩하고 있단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태양이 있는 곳에 다다른 바람.
바람은 태양의 공격을 막아내고, 악사들을 구해내어 인간들이 사는 세상으로 데려온다.
밤의 주인과 바람은 인간들에게 왜 태양의 악사들을 데려다주었을까?
그것은 인간들이 '음악'을 알게 되고 그 즐거움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어둠과 침묵 속에서 살아가던 인간들이 태양의 악사들이 연주를 듣고 행복해진다.
이 그림책에는 바람과 태양의 싸움이 제법 차지하고 있는데, 그림이 역동적이다.
'음악'을 통해 행복해진 사람들에게 태양도 행복한 기분이 들어서 빛을 가득 내려주었다고 한다.
우리집 아이는 이 마지막 장면을 보고
"엄마, 강강술래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네. 달을 보면서 강강술래하네"라고 대답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