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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아이 고정수 ㅣ 꿈소담이 고학년 창작동화 3
고정욱 지음, 원유미 그림 / 꿈소담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말 잘하는 아이 고정수'라는 제목과는 달리 표지 그림 속의 정수는 입을 가린 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입을 가린 채 주변의 꼬마들의 시선에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이는 이 아이가 정말 말 잘하는 아이 고정수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정수는, 흔히 언청이라고 말하는 구순열이다. 입 속의 입천장이 갈라져 있으면 선천성 구개열, 입술과 인중만 갈라져 있으면 구순열이라 하는데, 구순열은 수술만 하면 상처가 거의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정수도 생후 3개월에 수술을 했고, 또 얼마 전에는 성형수술도 했지만 아직도 표시가 나기는 한다.
한창 자라는 아이에게 상처는 흔한 것이다. 그렇지만, 쉽게 아무는 상처와는 달리 외과적 기술의 도움을 받아도 잘 없어지지 않는 이런 상처는 아무래도 아이 스스로 남 앞에 서는 것을 기피하게 만든다. 정수가 그랬다.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로 상처를 숨기고 싶어 한다. 대수롭지 않은 것이지만 당사자에게는 그것이 최대의 걸림돌이기 쉽다. 사람들은 다 다르게 생겼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내가 사람임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면서 의식하지 못한 채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바로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오는 것이 가장 많다.
정수는 자신의 입술에 난 상처 때문에 남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못하는 아이다. 그런 정수에게 마스크도 쓰지 말라고 하고, 정수의 행동에 야단을 치거나 매를 들기도 하는 엄마가 정수는 밉기만 하다.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까지 생각한다.
정수의 아빠는 고아원에서 자랐고, 삼촌들도 사는 것이 넉넉하지 못하다. 정수아빠와 엄마가 결혼할 때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엄마가 암에 걸려 수술도 하고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정수는 아빠와 엄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된다.
정수 엄마는 생사를 넘나들며 암과 싸우고 있는데, 겨우 입술에 있는 상처 때문에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수 아빠가 전동차 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수 엄마를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찡해져 옴을 느꼈다. 결국 엄마가 암을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셨을 때 정수에게 남긴 엄마의 마지막 편지에는 정수가 사내답게 남 앞에서 당당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정수가 갑자기 남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당당한 아이가 된 것은 아니다. 엄마의 투병과 아빠의 지극한 정성을 보면서 스스로 깨달아가고 있던 차에 엄마가 남긴 마지막 편지가 힘이 되어주었다. 이 이야기가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정수 스스로 내면의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물론 엄마의 암과 아빠의 행동이 큰 영향을 끼쳤지만, 스스로 결심을 하고 변화했다는 것은 중요하다.
장애는,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남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우리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