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
김태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심리학자가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했다. 저자는 노무현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아닌 그들의 인생과 그들의 심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고 한다. 이 분석을 통해 저자가 독자에게 바라는 점은 다음과 같다. “그들이 열심히 하다가 실수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나쁜 짓을 하는 것인지 분명히 하기를 바란다. 또한 그들 두 사람이 무엇을 가장 즐거워하고 무엇을 가장 힘들어하는지도 이해하기를 희망한다. 그럴 수 있다면 사람들은 노무현과 오바마 같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그런 사람에게 어느 정도로 기회를 주어야 할이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p.19-20)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느낀 점이 많다. “건강한 심리를 갖느냐 아니면 병적인 심리를 갖느냐 하는 것 그리고 개인만의 독특한 심리적 특성들은 어린 시절에 거의 결정한”(p.22)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내 아이의 성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자아에 치명적인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위험한 시기는 대체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p.26)이므로 노무현은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지지와 격려를 받았으므로 열등감이 자기혐오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바마 역시 사회적인 모순으로 인한 열등감이 있었지만 사회운동을 함으로써 건전한 사회의식을 갖게 되어 열등감이 대부분 사라졌을 것이라 말한다. 즉, 어린 시절의 열등감이 병적인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자기 혐오나 자기 모멸로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과 오바마는 그것을 견뎌내고 극복했다고 본다.

저자는 청년기까지 형성된 노무현의 건강한 심리를 다음과 같이 5가지로 요약한다. 사랑받은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뛰어난 공감능력, 사람에 대한 신뢰감, 강한 자신감, 권리의식과 정의감, 건강한 정서. 그러나 그가 뛰어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회불안감이었다.

또한 “양육자가 아이를 진심으로 건강하게 사랑하는 한 그 아이는 건강한 심리를 갖기 마련”이며 “부모의 사랑에 더해 올바르고 적절한 양육원칙과 방법이 더해져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아이가 심리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위험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p.45-46)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로새겨진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아이는 그 긍정적인 정서를 갖게 되는데, 이때 형성된 정서 상태는 평생 동안 지속되는 편”(p.48)이라고 한다.

1장의 내용은 노무현과 오바마의 유년기를 통해 그들이 건강한 정서를 갖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나는 이 1장을 통해 부모로서의 책임을 크게 느꼈다. 아이를 위한답시고 아이의 행복한 유년기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번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2장에서는 건강한 정서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도 심리적 숙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사회불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 자신이 안고 살아가는 심리적인 숙제가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수반하므로 반드시 필요하다. 노무현과 오바마는 진보운동을 통해 그것을 극복해나갔다. 저자는 “개인의 심리적 병을 치유하는데 사회운동이나 진보운동은 분명히 커다란 치유적 효과를 갖”지만 그것이 “개인의 심리적 병을 자동적으로 그리고 완전히 치유해주지는 못한다“(p.120)고 하였다. 따라서 자기분석이 필요한데, 노무현보다 오바마가 훨씬 더 일찍 자기분석을 시작했고 더 깊이 했다고 본다. 물론 이것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환경과 두 사람의 성격 차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저자는 노무현과 오바마의 심리적 건강성이 보여주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한 후 그들의 성격을 노무현은 따뜻하고 정의로운 장군으로, 오바마는 행동하는 순교자로 보았다. 또한 똑같은 장군형이지만, “장군이라는 성격이 갖고 있는 가장 좋은 모습은 노무현에게서, 가장 나쁜 모습은 MB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p.159)는 저자의 말은 같은 성격이라고 해서 똑같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이상의 내용을 통해 어린 시절 형성된 건강한 심리가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 수 있었고, 철저한 자기분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의 6장, 그들에게 대통령 자리는 축복인가 저주인가에서는 저자가 객관성을 잃고 내용이 다분히 감정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 조금 거슬렸다. 이것은 이 책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보인다. 노무현에 대한 감정적인 서술 때문에 책의 무게감이 노무현 쪽으로 기울었고, 오바마의 이야기는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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