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 140억 년의 우주 진화
도널드 골드스미스.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곽영직 옮김 / 지호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오리진』을 읽으면서,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알면 알수록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계속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이러한 우주에 대한 생각들이 전혀 새롭지 않은 소재일 수 있지만, 우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나와 같은 이에게는 많은 것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우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배운 단편적인 지식들을 사실이라고 믿고 살거나, 사는 게 힘들어서 (혹은 사는 게 바빠서) 그에 대한 관심조차 없이 살아온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나의 관심분야와는 관계없는 책들을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곤 한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우주에 대한 어떤 지식도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이 머리를 식히려고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또 어떤 부분은 몇 번씩이나 되돌아가 읽은 것은, 저자의 생각과 글이 나를 조금은 자극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주의 기원, 은하와 우주 구조의 기원, 별들의 기원, 행성의 기원, 생명의 기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주가 있었고, 별과 행성이 생겨난 다음에야 생명의 기원으로 이야기가 옮아간다. 즉, 우리 인간의 존재는 우주보다 훨씬 더 늦게 태어났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우리가 얼마나 우주를 인간중심으로 생각하는지를 알게 되면, 이런 논리의 순서가 타당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내용 중에서 5부 생명의 기원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것은 우주와 별, 행성의 기원에 대한 내용보다는 아무래도 생명의 기원이 나에게는 더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었는데, 앞부분의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우주의 생명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류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p.263)이라고 말하며 ‘오직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생물학자들만이 외계 생명체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을 것’(p.263)이라고 한다.

140억년에 해당하는 우주의 역사를 한 권의 책을 통해 다 알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나는 그러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한번쯤 우주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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