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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마시는 북극곰 - 제5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ㅣ 초록연필의 시 6
신형건 글,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8월
평점 :
신형건의 동시집 『콜라마시는 북극곰』은, 표지의 강렬한 색과 동시집 제목 때문인지 음료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집 속의 ‘콜라마시는 북극곰’도 그 광고를 염두에 둔 듯하니 의도적인 것이라 봐야겠지.
제1부 오줌 누다 들켰다.
이금이님은 1부의 시들을 ‘우리를 비추는 거울 같은 시’라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라고 한 것이다. 흙 한줌 퍼오려고 뒷산에 갔다가 거기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꿈틀거리는지를 발견하는 아이(흙 한 줌), 싸우고 벌로 마주보고 앉은 친구의 얼굴을 보다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는 아이(싸운 벌), 전깃줄에 앉아 있던 참새를 보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아이(참새), 내가 바라보고 있던 의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는 아이(의자) 등에서 나도 그런 것을 느낀다.
이 시집을 읽는 아이들이 ‘나’에 대한 자각을 시작할 즈음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과 나는 결코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고, 세상 모든 것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제2부 떡갈나무에게 인사하기
2부의 시를 읽다보면,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우리에게 주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을 찾아 보여 준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생명들(한눈팔기), 한때는 평화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해로운 새로 지정된 비둘기(양재역의 비둘기), 현관 유리문에 갇혀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는 잠자리(유리감옥), 사람들이 주는 먹이의 달콤함에 빠져든 다람쥐(비룡폭포의 다람쥐), 옛날에는 자연과 함께 나누기 위해 남기던 까치밥이었지만, 이제는 까치가 먹고 남은 것을 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까치밥, 아니 사람밥(까치가 남긴 까치밥)까지.
특히 '콜라 마시는 북극곰‘이나 ’뉴질랜드에서 온 양의 이메일‘과 같은 시를 읽으면서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가슴 한쪽이 콕콕 찔리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고, 공생해야 하는 존재임에도, 자연을 부려먹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의 치부는 숨겨놓은 채 자연에게 그 원인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제3부 귀로 보는 바다
1부의 시에서 나를 발견하고, 2부의 시에서 자연과의 관계를 들여다보았다면, 3부에서는 자연과 하나되어 어우러진 우리를 만날 수 있다.
신형건 시인의 동시집을 세권째 읽는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가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