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고민을 했다. 이 책을 사줘도 될까? 한솔이가 관심을 보일까? 엄마의 과잉친절(아이의 관심사를 무조건 따라가는)이 아닐까 걱정도 했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순전히 3권 Dinosaurs때문이었다.
공룡을 좋아하는 한솔이의 관심과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구입한 공룡관련 책과 DVD가 넘쳐난다. 다행히도(?) 움직이는 공룡은 무서워해서 움직이는 장난감공룡은 없다. 그러니 공룡책들이 자꾸 책장을 비집고 들어온다.
한솔이는 이번달에 36개월이 된다. 여자아이치고는 공룡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리만큼 크다. 이 책을 받자마자 한솔이가 꺼내든 것도 망설임 하나없이 Dinosaurs였다. 웬만한 공룡이름은 다 알고 있어서 이 책을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공룡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영어'와 만나서 톡톡히 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솔이의 공룡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때문에 나도 반 공룡박사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영어로 된 문장을 보면서도 그 내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한솔이에게 내가 영어로 읽어주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았는데, 이번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그림과 문장이 절묘하게 상호보완작용을 하는듯했다. 중간중간에 있는 필름으로 된 페이지는 아이의 눈길을 충분히 사로잡는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내용이 잘 소화된 듯하다.
시리즈가 10권이나 되는데 딸랑 공룡 한권만 보는 한솔이가 처음에는 야속했다. (아, 본전생각이라니--;;) 그런데, 웬걸, 공룡이 알에서 태어난다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한솔이가 4권인 The Egg를 가져온 것이다. "엄마, 공룡도 알에서 나오지요?" 하면서. 그래서 두번째로 뻔질나게 본 책은 '알'에 관한 책이다. 닭이 알음 품고 있다가 그 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과정이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뒷부분에는 알에서 태어나는 여러 동물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다양한 알의 모습과 그 알에서 태어나는 동물이 표현되어 있었다.
그 다음으로 관심을 가진 책은 5권인 'Farm Animals'와 8권인 'The Ladybird'이다. 농장동물들은 알에 대한 책을 본 후 닭그림이 있는 농장동물책을 가져온 것이고, 무당벌레는 한솔이가 새로운 관심을 보인 곤충이다. 아이의 관심이 점점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 책을 사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들 외의 책은 아직 한솔이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점차적으로 관심영역이 확장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책들에도 손이 갈 것이다. 얼마전에 읽었던 영어교육에 관한 책에서 아이의 관심사를 영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보여주면 영어교육효과는 물론이고 아이의 관심사도 깊이잇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읽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이는, 영어뿐만 아니라, 한글로 된 책으로도 느낄 수 있는 효과이다. 개인적으로 한솔이가 '공룡'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모국어로 충분히 접한 다음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영어라고는 짧은 문장 정도밖에 모르는데도 그림(정말 상세하기도 하고, 과학적 지식을 함께 담고 있는)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영어로 된 문장을 읽어주는데도 잘 들어준다. 엄마의 서툰 발음에도 불구하고 읽어달라고 매번 책을 들고 오는 걸 보면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요즘은 이 10권의 책 내용을 담은 오디오 CD를 들려주고 있다.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할만큼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모든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내 직업이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기에 그 느낌을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어차피 한국에서 영어를(또는 다른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환경이라면 모국어로 충분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 진리를 나는 내 아이를 통해 또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