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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범 사냥 ㅣ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9
박영만 원작, 소중애 엮음, 이지은 그림,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옛이야기를 읽어줄 때 조심스러운 것이 바로 그림이다. '그림'은 옛이야기를 들을 때 '상상'을 제한할 수도 있기 때문이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수 있는 옛이야기의 잔인한 부분이 오히려 상세하게 표현되어 아이가 겁에 질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옛이야기책의 '그림'을 자세히 보게 된다.
방방곡곡구석구석 옛이야기 시리즈는 구수한 입담과 어휘들이 일품인 이야기책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그간 나온 이야기책들에서도 충분히 느껴온 점이다. 어쩜 그리도 이야기를 재미나게 할 수 있는지,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먼저 읽는 나는 그 어휘들을 어떻게 하면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까를 조금 고민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 손바닥 위에서도 춤을 출 수 있을만큼 작은 난쟁이 아이의 이야기이다. 범사냥을 가겠다는 난쟁이를 말리던 어머니 아버지가 허락을 하면서 호랑이 사냥을 떠난다. 여기서 '난쟁이'는 실제로 작은 아이기도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 눈에 비친 아이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 난쟁이는 몸이 작기는 하지만 모험을 떠날 수 있을만큼 자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아이가 보는 세상은, 어른들이 보는 세상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세상이다. 난쟁이가 다닌 곳에 대한 묘사를 보면 이런 점을 더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인생으로 따지면 몇년이 될지도 모른다)후에 드디어 깊은 숲으로 들어가는데, 거기는 호랑이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난쟁이가 간 깊은 숲속과 호랑이들의 잔치는 난쟁이가 성장하면서 부딛치게 되는 세상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그저 힘없고 나약한 아이가 호랑이를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른으로서 성장해가는 아이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의 그림속에는 민화속 호랑이가 등장한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호랑이 그림에 비해 민화속 호랑이는 귀엽고, 해학적이다. 그래서 그 호랑이들이 무섭다기보다는 난쟁이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존재로 보인다. 물론 조그만 방망이를 들고서 큰 호랑이 앞에 선 난쟁이의 모습은 우습기도 하지만.
왕범의 똥집 속에 들어간 난쟁이는 범의 속살을 베어먹기 시작한다. 이것은, 이야기로 들을 때와 글로 읽을 때 많은 느낌의 차이가 있다. 이 책의 그림은 호랑이 뱃속 여기저기에 아이가 있는 것으로 상세한 묘사는 피한 것 같다. 어쨌거나, 호랑이가 난쟁이 아이를 얕보다가 죽음을 당하는 부분을 보면서, 아무리 하찮은 존재라도 함부로 얕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한 왕범이 결국은 자신의 주변에 있던 모든 호랑이는 물론 자기자신까지도 죽게 만드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