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있는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를 리뷰해주세요.
재능 있는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 - 꼬마 운동선수.학자.예술가를 위한 7단계 양육법
이언 토플러 외 지음, 김혜원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일단, 이 책은 자신의 아이가 재능이 있거나 성취도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정말 그 아이가 영재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리성취-ABP와 대리왜곡성취-ABPD의 경계선에서 부모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고, 그 아이가 영재가 아니라면 영재로 살아가야 하는 보통아이의 실패감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책 제목이나 띠지의 문구는 조금 가벼워 보인다. 영재를 꿈꾸는 부모들이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책 내용은 그렇지 않다. 내 아이의 영재성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까? 숨어있는 내 아이의 재능을 어떻게 하면 끌어내 줄까하는 내용이 아니다. 진정한 영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내 아이의 재능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그에 합당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나는 영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금은 내 아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 지켜보는 중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7가지 지침은 다음과 같다. (p.36-38 요약) 1. 부모들은 아이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독립적 특성을 지닌 개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 부모들은 아이의 심리적 신체적 요구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소망과 야망과 환상보다는 이러한 요구에 바탕을 두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3. 부모들은 자신의 분노나 실망감(자부심과 기쁨뿐만 아니라)을 아이의 감정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투영해서는 안 된다. 4. 아이들은 결코 부모의 사랑이 어떤 형태의 성공이나 사회적 노력을 조건으로 한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 5. 부모는 어버이로서 결정을 내릴 권한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6. 부모들은 아이들 내면에 있는 독립성과 자발성과 결단력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아이들의 독립성에 내맡겨서는 안 된다. 7. 아이의 성취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이득은 어른의 주요 목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수적인 결과여야 한다.

이러한 지침을 다 알고 있다고 해서 ABPD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욕구나 목적을 자신의 성공이나 성취욕구와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다. 성취욕구가 강한 아이에게 서서히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는 위험한 희생단계, 아이에게 무거운 압박감을 주며 아이는 점차 자신이 잘해 낼 수 있는 한 가지 활동으로만 생활이 규정지워지기 시작하는 대상화 단계, 그리고 어른들의 목적을 위해 대상화되고 착취당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 학대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단계로 나아가는 예를 적절하게 보여줌으로써 부모인 우리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ABP와 ABPD의 경계는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해지기 쉽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7단계의 보호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는데, 1단계는 재능평가이다. 객관적인 기량평가를 해 줄 수 있다면 아이의 수준을 알아보고 강점과 약점을 모두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있을까? 이 책을 번역 출판하는데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재능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을 부록으로라도 실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저자는 체육계와 학계, 예술계를 통틀어서 이야기하지만, 스포츠 정신의학 분야의 개척자인 만큼 체육계와 관련된 내용에 무게가 실린 듯하다. 지금이야 김연아의 인기가 최고다보니 체육계 쪽의 영재성에 관심을 가진 부모가 많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학계 쪽 영재성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므로 조금은 부족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들에겐 모든 분야에서 충분히 발달할 수 있는 기회와 지원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필요하다(P.65)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어른으로 잘 성장하도록 지도하려면 아이의 재능보다는 그 아이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목적은 아이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전하게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P.205)이라는 저자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여본다.

김연아나 장한나, 송유근 같은 아이들은 몇 명되지 않는다. 그 자신들조차도 아직 성장단계에 있으므로 자신의 삶에 대해 차분하게 성찰할 기회는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 아이들의 생활이 행복한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그래도 성공(?)한 아이들이다. 적어도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고 있으므로. 이들은 재능만으로 성공한 아이들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과 부모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었다. 우리의 아이들도 이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아이의 인생 전체를 조망해볼 때 과연 그것이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부모인 자신을 위한 것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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