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되는 물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8
박영만 원작, 이미애 엮음, 이광익 그림,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시리즈를 읽다보면, 제목이 조금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혜롭고 의리있는 하녀에게 집중을 했고 인물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장수되는 물'이라는 제목과는 조금 괴리가 느껴졌다고 할까? 더군다나 주인공인 이 젊은이는 장수되는 물뿐만 아니라 괴물박쥐의 검까지 사용하니 말이다. 

주인공인 젊은이는 어여쁜 아내와 함께 꿈같은 나날을 보내다가 하늘에서 날아온 괴물박쥐가 아내와 하녀를 잡아가자 아내를 찾기 위해 온 나라안을 샅샅이 헤매고 다닌다. 젊음과 용기가 있는 젊은이와 어여쁜 아내. 얼굴 예쁜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며 뭔가를 할 것이란 기대는 이 젊은이가 온갖 고생을 한 끝에 괴물박쥐가 있는 곳에 가서 아내를 만나는 순간 깨지고 만다. 오히려 달밤에 주인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고 있던 여자는 하녀이고, 젊은이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지혜를 빌려주는 여자도 하녀이다.  

하녀는 주인인 젊은이를 위해 괴물박쥐가 마시는 물(장수되는 물)을 구해주고, 괴물박쥐가 쓰는 검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괴물박쥐에게서 떨어진 머리에 재까지 뿌려 몸에 다시 붙지 못하도록 한다. 결국 젊은이가 괴물박쥐를 물리치고 하녀와 함께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줄거리를 옮겨놓고 나니 더더욱 제목이 의아하다. '장수되는 물'은 제목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듯한 아쉬움이 든다.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괴물은 우리의 옛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들과는 사뭇 다르다. 괴물박쥐라니. 그래서 낯선 듯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기는 괴물이다. 이 괴물은 힘센 장수가 될 수 있는 물을 마시며, 주인을 알아보는 상자에 뱀처럼 쭉쭉 늘어나는 신기한 검을 가지고 있다. 이 괴물이 무슨 이유로 예쁜 여자들을 잡아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사악한 기운을 가진 존재여서일까? 어여쁘기만 하던 아내도 남편이었던 젊은이를 괴물에게 오히려 넘기려하는 나쁜 마음씨를 드러내보인다. 

아내가 처음부터 사악하고 못된 여자였는지, 괴물박쥐에 의해 성격이 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선과 악을 모두 지니고 있는데 어떤 동기에 의해 어느 한쪽 성향이 더 두드러지게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아내 역시 괴물박쥐와 함께 지내면서 성격이 변한 것이 아닐까하는. 괴물의 감시망에서 좀더 자유로운 하녀는 성격의 변화가 없었을 터이다.  

어쨌든, 하녀의 지혜와 주인에 대한 의리는 젊은이로 하여금 괴물박쥐를 물리치고 잡혀온 다른 여자들까지 풀어주게 하였고, 또 두 사람이 행복하게 여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교훈을 찾고자 한다면,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훈을 떠나서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여러 장치들이 있다. 그것들이 주로 괴물박쥐가 가진 힘이긴 하지만, 젊은이가 괴물박쥐를 찾아가는 험난한 여행을 통해 모험을 하고 하녀의 꾀로 괴물박쥐의 힘을 갖게 된 젊은이가 괴물박쥐를 물리치는데선 통쾌하기까지 할 것이다.  

더불어 이 이야기에는 재미난 낱말들이 많다. 배가 휘딱 뒤집히거나, 버둥버둥 기어오르거나, 풀 사이를 벌레벌레 기어가거나 발쭉발쭉 웃기도 한다. 게다가 기와집은 코풀어 팽개쳐 놓은 듯 들어서 있다.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들이 읽는 재미를 더하고, 괴물박쥐와 젊은이가 싸우는 장면은 힘차게 그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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