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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을 소개합니다 - 조금은 달라도 행복한 나의 가족 이야기
이윤진 지음, 하의정 그림 / 초록우체통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가정과 가족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를 촉진시킨다. 그러나 아직은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그 변화를 못 따라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섯 가족의 이야기는 남의 일 같으면서도 가까운 내 주변의 일이며 나의 일이기도 하다.
이혼이나 재혼가정의 증가는 이제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내 가까운 친구는 자기 주변의 친구 6명 중 4명이 이혼을 했고 다시 그 중 2명이 재혼을 했다고 한다. 또, 내가 자주 접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외국인이며, 그들 중 일부는 한국인과 결혼을 한 사람들이고, 그 중 일부는 재혼가정이기도 하다. 내가 어렸을 때와 비교를 하면 엄청 다른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변화된 가족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통적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도에게 엄마가 없는 건 나쁜 일도 아니다. 그냥 집안 사정일 뿐"(p.19)이라는데 모두 동감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에서는 같은 반 아이 다섯 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 여섯 살 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아빠와 둘이 사는 현도는 집안일도 혼자서 척척 해내는 아이다. 그런 현도도 상우 집에서 상우와 상우엄마의 모습을 보고 엄마의 부재를 느낀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싫어할 엄마의 잔소리도 현도에게는 부러운 일이다. 상우엄마가 별 뜻 없이 한 말들, 늦게 간다고 엄마에게 전화해줄게 라든가 현도엄마는 좋겠다는 등의 말에서도 엄마의 빈자리를 느낀다. 그러면서도 아빠가 누군가 다른 여자를 사귄다면 배신이라는 생각을 하는 현도. 이것이 아이들의 마음이다. 이야기는 어떤 해결이나 대안을 내놓지는 않는다. 따라서 고치거나 개선해야 할 문제가 있는 가정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난다.
2. 3년 전부터 조부모와 살고 있는 재호의 이야기이다. 재호는 어리지만, 부모님 대신에 자신들을 돌봐주는 조부모의 고마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쩍 우울해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어버이날에 안경을 사드리기로 한다. 아이들은 또래의 격려나 조언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앞서 현도의 이야기에서도 상우라는 친구가, 재호 이야기에서는 승모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3. 입양된 아이 선주에게 동생이 태어나면서 생기는 일이다. 입양이 요즘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가족이란 핏줄로 이어진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이해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임을 말한다. 이것은 4. 재혼가정의 지환이나 5.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유미의 이야기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다섯 번째 이야기인 유미의 이야기는 최근 들어 관심이 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이야기이다.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자유로워지기 이해서는 뿌리 깊게 인식되어 있는 단일민족 한 겨례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즉 우리 사회가 그들을 안아줄 수 있는 열린 가슴이어야 한다.
한 반 아이들 사이에도 이렇게 다양한 가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도했겠지만, 굳이 한 반이라는 설정이 필요했나 싶을 만큼 각각의 단편 사이에 연관성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다. 물론 재호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유미이고, 각각의 주인공들 이름이 한 두 번 등장하긴 하지만. 따라서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집중되지 못하고, 각각의 단편이 급하게 끝난 느낌도 든다. 현대사회의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지금의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 점은 높이 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