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칸 - 몸프라쳄의 호랑이들
에밀리오 살가리 지음, 유향란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귀가 얇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시각적 정보에 약하다고 해야할까? 나는, 이 책을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을 읽으려고 찾아보다가 같이 읽어보라는 광고에 혹해 구입했다. 하하하...이런이런...게다가, [로아나~!]는 아직 읽지 않았고, [로아나~]를 재미있게 읽기 위한 세권의 책 중 첫 번째라는 광고띠지대로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아, 정말이지...이 책 나하고는 코드가 영 안 맞다. 몸프라쳄의 호랑이 산도칸, 부하인 해적들이 목숨 걸고 따르는 산도칸, 그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바다의 무법자 산도칸이 라부안의 진주 마리안나 때문에 모든 걸 걸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사랑 앞에서 약해지는 남자의 순정을 그렸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낭만적이지만, 내가 산도칸의 수하에 있는 부하였다면 쿠데타라도 일으켰을 법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로지 산도칸의 명령대로 움직였고 그를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

산도칸은 그냥 해적이 아니다. 왕족의 후예이며, 스무살의 나이에 왕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가 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암살자의 칼날 아래에서 죽어간 가족들의 복수를 하는 해적이다.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기 위해 자기 원수들을 약탈하는 복수자’(p.299)인 것이다. 대의명분이 있는 해적이기에 그의 약탈행위는 정당성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런 그가 마리안느를 얻기 위해 그 모든 것을 버렸다. 다른 문학을 통해서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는 주인공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나는 산도칸에게 애정을 줄 수 없었다. 적어도 그가 그런 대의명분이 없었더라면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테마로 보자면 낭만적인 사랑의 끝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그게 그렇게 가치 있는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험이라는 테마로 보자면, 해적과 순시선과의 싸움 장면은 액션영화를 보는 듯하다. 배를 계속 잃으면서도 끊임없이 다시 도전하는 그의 저돌적인 공격성은 힘이 넘친다. 결국 무엇을 위한 공격이냐 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그 감흥은 줄어들고 만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르는가. 산도칸의 마리안느의 영웅일지는 몰라도 만인의 영웅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의 사랑과 행복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삶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의 해적활동은 의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지만, 그가 사랑 앞에서 무모하게 돌진하는 모습까지 칭송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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