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카프카 대표 단편선 클래식 보물창고 8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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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은,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다. 보통 어떤 책을 다시 읽을 일이 많지는 않다. 어떤 계기가 주어지거나, 엄청난 감동을 얻었을 때가 그렇다. 내가 청소년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올 에이지 클래식 시리즈의 책들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카프카의 변신을 다시 읽게 되었다.

교과서를 통해 만나는 한국 근현대 단편소설처럼, 다시 읽을 필요를 못 느낄 만큼 그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소설 중에 하나가 [변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같은 소설임에도 내가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달리 읽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레고르 잠자는, 집안을 위해 희생하면서 살아 온 인물이다. 대부분의 가장들이 그러하듯 그레고르 역시 자신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늙으신 부모를 대신해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고, 형제자매의 학업과 독립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우는 것에 대해 불평불만을 해본 적도 없다. 우리 시대의 가장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가끔 느껴지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문득, 책을 읽다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시대는 예전과는 달리 한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기계발은, 현재의 업무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의무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서의 권리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분위기가 그렇다고 해서 덥석 편승하기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혹여 의무를 소홀히 한 채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벌레’라는 형태로 표현되었다. 우리가 흔히 밥만 축내고 보탬이 되지 않는 인물을 ‘식충이’라 표현하듯, 아주 하찮은 인물을 ‘벌레’만도 못하다고 말하듯, ‘벌레’는 바로 인간 이하의 대상으로 지칭된다. 지금까지 가족과 가정을 위해 헌신한 결과치고는 너무 잔혹하다.

그레고르는 벌레로서 삶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가족들은 또 다른 삶을 이어갈 것이다. 끔찍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변신’외에도 많은 단편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나는, 카프카의 다른 단편은 거의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읽어보게 되어 참 좋았다. ‘포세이돈’이나 ‘바다요정들의 침묵’, ‘법 앞에서’ 같은 단편들이 마음에 들었다.

카프카의 ‘변신’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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