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이가, 모처럼 맘에 드는 책을 발견했다. 솜이라는 토끼가 주인공인 이 책은 때마침 한솔이의 관심과 맞아떨어져서 더욱 좋았던 책이다.
며칠전 한솔아빠의 생일이었다. 그래서 케이크에 초를 꽂고 생일축하 노래도 부르고, 후~ 초도 껐는데, 그게 한솔이한테는 새로운 놀이가 되었다. 22개월이라 요즘 한창 말배우기에 속도가 붙은 참이다. 노래도 혼자서 끝까지 부를 정도로 받아들이는 속도도 상당히 빨라졌다. 생일축하노래는 그날 몇번 불러본게 다인데 혼자서도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며, 칼라점토로 케이크도 만들고 혼자서 초를 불어끄기도 한다.
아기토끼 솜이의 생일날, 엄마도 외출하고 아무도 자신의 생일을 몰라준다는 생각에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솜이의 모습은 귀엽다. 한솔이가 좋아하는 토끼가 주인공이라서 더 정겹게 느껴진다. 그림의 색감도 상당히 부드럽다.
솜이가 달력에 동그라미를 친 자신의 생일을 보는 장면에서는 한솔이가 자기가 아는 숫자가 나와서 좋아한다. 이제 겨우 1부터 10까지밖에 모르지만, 생활 속 곳곳에서 숫자를 발견하는 기쁨을 한창 누리는 중이다. 커다란 동그라미가 쳐진 달력 속의 숫자는 그렇게 한번 더 한솔이에게 숫자놀이를 하게 만들어주었다.
바로 옆 페이지에 나온 딸기케이크와 초를 보고는 그림책에 코를 박고 후후 불어댄다. 그림책의 전체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구석구석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그림들이 있어서 좋다. 아이의 관심과 맞아떨어지는 책을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덤으로 얻는 일도 참 많은 것 같다.
솜이가 노란 햇님이 있는 숲을 지나 친구들에게 달려간다. 한솔이는 햇님 옆에 동그라미를 몇개 그려놓았다. 곰아저씨가 누워있는 숲속에서 솜이는 낮잠자는 곰아저씨때문에 실망하지만, 한솔이는 곰세마리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한다. 빨래 하는 오리 아줌마 옆에서 고개숙인 솜이는 우울해보이지만, 한솔이는 꽉꽉 오리 소리를 내며 뒤뚱거린다. 미끄럼 타며 노는 다람쥐때문에 솜이는 또 실망하지만, 한솔이는 다람쥐처럼 미끄럼을 타러 뛰어간다. 호호아줌마를 찾아가는 길에서는 나무 위에 앉은 새를 한마리 두마리 세어본다. 호호아줌마의 딸기를 먹는 흉내도 내어본다. 데이지꽃이 가득 피어있는 꽃밭에서 솜이는 눈물을 흘리지만 데이꽃으로 목걸이와 왕관을 만들며 노는 솜이는 금새 즐거워진다. 집으로 돌아온 솜이 앞에 놓여있는 케이크와 선물들은 솜이를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한솔이는 또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촛불도 후후 불고 선물도 세어본다.
깜짝생일파티를 준비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솜이의 모습이 행복하듯이, 그림책 속을 여기저기 찾아다닌 한솔이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22개월 한솔이에게 줄거리를 설명해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도 글이 아닌 그림을 보면서 이것저것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나름 뿌듯하기도 하였다.
가끔, 아이를 위해 책을 이것저것 준비해주지만,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책은 한정되어 있다.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거들떠 보지도 않는 책도 많다. 나는 [솜이야 생일축하해]를 한솔이와 함께 보면서 지금 아이의 관심과 호기심이 함께 작용할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 깜짝생일파티를 여는 일 자체는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깜짝파티는 자신의 생일을 몰라주는게 섭섭한 솜이의 마음을 달래주었지만, 생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이들 그림책이 꼭 원리나 지식,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솜이가 데이지꽃밭에서 즐거워졌듯이, 이 그림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은 한솔이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케이크에 한개뿐이던 초가 올해는 4개나 꽂혀있다. 뭔가 실수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