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생활 지침서 메타포 7
캐롤린 매클러 지음, 이순미 옮김 / 메타포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의 눈은, 참 날카롭고 아프다. 명쾌한 비판의 눈이라면 그 아픔도 참고 견딜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쪽으로 치우친 눈이다. 편견이다.

 

뚱보생활지침서라는 제목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특히 자신이 뚱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사실, 잘 보면 그리 뚱뚱하지 않은 이들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과거와 달리 현대의 생활은 살이 찌기 쉬운 생활형태이다. 먹는 음식이 그렇고, 하는 일이 그렇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살집이 있는 사람은, 생활에 문제가 있는(한마디로 게으른) 사람 취급을 받는다. 사람들의 편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관없는 지적수준까지 의심받기도 하고, 미련스럽게 보기도 한다.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마른 사람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갖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된다. 물론, 비만은, 절대 좋을 것이 없는 상태이다. 건강상 문제가 일어나기 쉬운 상태라는 말이다. 이는 경험상 정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체지방과 근육량을 분석해보면, 근육보다는 체지방이 절대적으로 많은 비만형의 경우 건강을 전제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비만인 경우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른 사람들도 자신의 몸의 균형을 위해 근육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버지니아는, 머리도 좋고 성격도 좋은 아이지만 뚱뚱하다는 컴플렉스가 있다. 버지니아의 가족은 버지니아를 사랑한다는 말로 그녀가 날씬해지기를 원한다. 엄마는 남들 앞에 당당하기 위해(쉬리브스 가문의 일원으로서) 다이어트를 권한다. 엄마가 권하는 다이어트는 일단, 버지니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엄마 자신을 위해서이다. 딸의 건강을 걱정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엄마로서의 권유이다. 모두 버지니아를 위해서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그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버지니아가 다이어트를 하기를 원한다.

 

머리좋고 인기있는 오빠는, 강간이라는 큰 죄를 저질렀음에도 가족의 사랑(혹은 동정)을 받는다. 모범상을 받는 브라이 역시 그녀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외모로 평가되고 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안달이다. 그러나 버지니아가 선택한 것은 바로 자기자신을 되찾는 일이었다.

 

버지니아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섀넌과 그의 가족들, 닥터 러브, 크로우리선생님)이 있다. 버지니아는 운이 좋은 편이다. 그래도 그녀를 도와주고 힘이 되어주는 이들이 많으니까. 버지니아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획기적인 시발점이 된 것은 오빠의 강간사건이다.

 

뚱보, 에게는 해도 되는 일보다 하면 안되는 일이 너무나 많다. 멋진 옷을 입고 싶지만 늘 자신의 결점인 살들을 가리는 도구로만 옷을 선택해야 한다. 버지니아가 엄마의 권유를 뿌리치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변신을 하는 장면은 버지니아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뚱뚱하면 어때.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의지도 있고, 그런 자유도 있어. 라고 말하는 듯하다. 바로 뚱보생활지침서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

 

중요한 것은, 뚱뚱한 자신의 외모때문에 움츠러들고 소심해지고, 남들 앞에 서지 못하는 존재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나가는 자신감. 그것이 인간을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다. 버지니아의 변신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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