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푸알르베가 쓴 글에 에릭바튀의 그림이 더해진 책.
전반적으로 붉은 색이 주를 이루는 그림 속에 솔리토 라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솔리토는 시끌벅적한 서커스단에서 유일하게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 사자들은 울부짖으며 펄쩍 뛰고, 채찍소리가 울리는 곳, 덩치 큰 어릿광대 파타타도 날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연습을 반복하는 곳, 그곳에서 사는 솔리토는 그들과는 달리 손가락 끝으로, 눈빛으로 새들과 이야기하는 아이다.
서커스단이라는 배경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별반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시끄러운 소음과 강압적인 반복연습으로 결과물을 얻는 곳, 남보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로 그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솔리토는 남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 시끄럽게 소리치지 않아도, 채찍으로 때리지 않아도 부드러운 손가락 움직임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솔리토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닫는다.
어느 회사 광고 카피처럼 "소리없이 세상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이 작은 그림책 한권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는 큰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솔리토.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목소리 큰 자가 득세하는 세상이지만, 앞으로는 감성이 지배할 지도 모른다. 인간들이 개발과 성장, 발전이라는 이름 앞에서 버렸던 것들, 그것을 다시 되살리는 것이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