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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책읽기와 글쓰기 - 아빠가 하면 더 좋은
장재선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읽기와 글쓰기라는 아주 평범한 제목의 책이다. 그런데 옆에 "아빠가 하면 더 좋은"이라는 부제가 붙음으로써 격이 틀려진다. 왤까?
보통 육아를 비롯한 아이교육에 관여하는 주 역할을 엄마가 맡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맞벌이를 하든, 안하든 간에 육아의 몫은 엄마의 일로 치부되어져 온 그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책읽기 역시 엄마의 몫이었다. 우리 집의 경우를 에로 들자면, 아이 아빠도 책읽기를 좋아하고 도서관 가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책 읽기에 관여하는 일은 드물다. 따라서, 엄마가 책을 선택하고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데서 끝난다. 그나마 나은 것은 아빠도 책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는 것 하나라고 할까?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방법의 하나로 책 읽기와 글쓰기 지도를 할 것을 제시한다. 아빠의 시각에서 쓴 책이라는 걸 제외한다면 여느 책읽기 글쓰기 책과 별 다를 바 없지만, 아빠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데서 조금 다르다.
아이가 보는 아빠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아이가 깨기 전에 출근해서 아이가 잠든 후에 퇴근한다. 가끔은 일찍 들어오기도 하지만 그때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신의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주말에는 야외할동을 위해 밖으로 나가지만 그때도 아빠는 운전기사의 역할 외에는 그다지 하는 일이 없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폄하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나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집안 일을 미뤄놓을 때가 많다.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때라서 더욱 그렇다. 그러다 아빠가 퇴근을 하면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집안일을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러면, 아빠는 아이와 함께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 지 난감해한다. 때로는 밀린 설거지며 빨래를 자신이 하겠다며 나더러 아이와 함께 있으라고 말한다.
이럴 때, 아빠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면 좋지 않을까? 하루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낸 엄마는 밀링 집안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짧은 아빠는 책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아이와 놀아줄 수 있고, 일거양득(^^)아닌가.
아이와 어떻게 함께 책을 읽고 놀아주라는 말인지 감조차 안잡히는 아빠들을 위해 이 책은 친절하게도 아빠가 아이의 독서를 위해 기억해야 할 다섯가지를 가이드하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독서를 위해 책정보를 얻는 방법도 제시한다.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각종 육아정보를 습득해온 엄마들에게는 익숙한 일이 아빠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가이드는 아이와 책읽기를 함께 하고자 하는 초보 아빠들에게 유용할 듯싶다. 더군다나 이 책은 아빠가 아빠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서 만족스럽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 책을 먼저 읽는 사람은 아마도 엄마가 아닐까 싶다. 아빠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엄마든 아빠든 누구나 다 알아야 하는 내용이다. 단, 아빠가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저자의 말을 무기삼아 아빠에게 이 책을 슬그머니 내밀어보면 어떨까?
직장에서 힘든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아빠에게 어느 정도 자극이 되어주지는 않을까?
그리고 아빠 눈으로 고른 책과 엄마 눈으로 고른 책은 분명 다를 것이다. 관점의 차이는 아이에게 다양한 책읽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역시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아이 책의 선택권도 아빠와 나누어 가진다면 우리 아이가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해본다.
아빠와의 책읽기는 아이와 아빠 사이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아빠, 책 읽어주세요~!!"라며 달려와 안기는 딸아이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책읽기에 이어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이러한 관계가 돈독해진 다음에는 자연스러운 순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