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와 나고은 사계절 저학년문고 20
김향이 지음, 김종도 그림 / 사계절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돌아가신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서 답게를 돌봐주시던 할머니가 아버지의 재혼을 추진한다. 보통 아버지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에는 사람들이 재혼을 많이 권하는 듯하다. 그러나 아버지건 어머니건 상관없이 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기에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힘들다. 답게처럼 할머니가 키워주신 경우에는 할머니들이 자신이 죽고나면 어찌될까를 많이 걱정한다. 그래서 더 재혼을 권하는지도 모르겠다.

 

답게의 아버지는 답게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5년이 지나도록 홀로 지냈다. 5년이라는 시간은 답게의 아버지에게도, 할머니에게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할머니는 살림은 둘째치고 아빠가 외로워서 안된다며 서로 믿고 의지할 짝이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이 책이 보통 재혼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와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보통 재혼은, "아이를 위해"라는 단서를 많이 단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아빠의 행복을 위해" "서로 믿고 의지"하기 위해 재혼을 추진한다.

 

재혼은, 아이를 키워주기 위해 하는 결혼이 아니라 재혼 당사자들의 행복을 위한 결혼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야 부모의 사이가 좋고, 그들 사이의 사랑과 안정된 생활은 재혼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 책은, 답게의 아버지와 정선생님이 재혼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답게가 느끼는 혼란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답게의 시선으로 답게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데, 특히 정선생님이 데리고 온 미나와의 신경전이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답게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와 여동생까지 생겼다. 그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건 누구나 짐작이 가능할 터이다. 답게보다 좀 더 어린 미나의 행동은, 새아빠, 새엄마의 개념을 이해했다기보다 새로운 가족들이 많이 생겨서 좋을 뿐이다. 우리집 아이를 보아도, 사람들이 붇적거리는 장소에 가거나,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면 아주 좋아하고 관심을 더 받기 위해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미나의 행동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미나보다 좀 더 어른인 답게는, 새로운 가족이 생겨서 느끼는 즐거움보다, 엄마의 자리, 답게 자신의 자리를 다른 이에게 빼앗긴다는 느낌이 더 크기 때문에 밎어지는 혼란인 것이다.

 

답게가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등산학교를 다니고 나서였다. 답게가 있어야 하는 자리는 아빠 옆자리가 아니라, 주체적인 한 사람으로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자리다. 그것이 바로 등산학교를 통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정상에서 맛본 그 느낌이었던 것이다.

 

사별뿐만 아니라, 이혼도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재혼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날 때는 자신의 의지가 개입될 수 없엇지만, 부모의 재혼으로 인해 가족이 재구성되는 시점에서는 아이의 의지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부모의 재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족구성원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자신이 더욱 당당한 한 사람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이 또한 강요가 아닌 스스로 깨달을 수 있어야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답게가 등산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걸 깨달앗듯, 등산이 아니어도 아이들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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