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작은 형 푸른숲 작은 나무 5
임정진 지음, 이웅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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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 진 이불 위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이 책의 표지그림이다. [나보다 작은 형]은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책 제목이기도 한 [나보다 작은 형]은 아파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늘 집에 있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 민기의 시각으로 그려진 이야기이다. 이 글은 민기의 일기장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민기의 생각과 행동의 이유들까지 다 알 수 있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 속에, 아파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형을 바라보는 동생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보다 작은 형이 부끄러울 수도 있고-늘 그것때문에 친구들과 싸우게 되는 것처럼- 또, 지금보다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데 대한 억울함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민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학교에 다녔으면 자신보다 더 잘 놀고 공부도 열심히 했을 것 같은 형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깊은 것이다. 형이 도와준 만들기 숙제는 언제나 민기를 우쭐대게 한다. 그러한 형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잔잔하게 표현해낸 글들이 인상적이다. 호들갑 떨지 않아도 전해져 오는 감동이랄까?

 

[빙빙, 돌아라, 별 풍차]는, 어린 시절 놀이풍차 아저씨가 동네마다 돌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비행기였던 것 같은데, 요즘도 이런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아이들 역시 놀이풍차를 외면하게 되는데, 아저씨의 기발한 발상으로 별풍차로 다시 태어나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한국인이 우주선에 탑승하고 우주실험을 하고 있는 요즘이니, 자기만의 별을 가질 날도 그리 멀지는 않으리라. 아저씨가 적어준 별소유증을 통해 희망을 갖게 되는 아이들, 그리고 마젤란성운을 선물(?)받은 아저씨. 이들 모두에게 별풍차는 희망을 선물하였다.

 

[새친구 왕만두]는, 국제결혼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요즘 한번쯤 생각해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왕만두의 경우에는 그래도 중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 얼굴만 보아서는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아이들로부터 중국인이라는 소리를 듣거나, 중국집을 하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은 내가 어렸을 때 서울에 사는 아이로부터 들은 말,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너희 아버지 고기 잡으시니?"하고 똑같다. 아이들은 왕만두가 하는 행동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부모 중 한명이 외국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 왕만두의 경우가 이럴진대, 피부색이나 생김새에서 확연히 달라보이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것이 더욱 심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요즘은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수도 많아져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의 교육이나 사회생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가고 있다. 아이들 스스로 이런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을 때, 이들도 우리의 구성원으로서 자리잡을 것이다.

 

[땡땡이, 줄줄이, 쌕쌕이]는 짝을 잃은 양말들의 이야기다. 보통의 가정에서 양말은 짝이 없으면 쓸모없는 물건이 되고 만다. 그런 양말 세짝이 서랍 속에서 탈출하여 자신들이 쓰여질 곳으로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다. 모든 물건은, 만들어질 때 쓰임의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지만, 때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다른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이 글을 통해 세상 물건들 중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을 뒤돌아보게도 한다. 나는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인가 아닌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스스로 찾아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양들의 패션쇼] 역시 생각꺼리가 많은 동화이다. 참 황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화같은 동화를 통해 동물을 해치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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