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이 끝나는 곳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 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어른들을 위한 동화, 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를까?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게 만드는 그런 글, 혹은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글. 이라고 표현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얀 표지에, 단순한 펜선으로 그린 그림이 있는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만일 당신이 꿈꾸는 사람이라면, 어서 오세요."(p.7)라며 속삭이는 이 책은 그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책이다. 한편으로는 "이끌이 피끌이 티끌이"(p.14), "말똥말똥이"(p.106), "지긋지긋이"(p.107)같은 시의 단어들이나, "부엉부엉, 엉, 누가 온다구? / 힝힝, 힝힝거리면 되지 / 비빕비빕, 비빔밥은 어때?/ 멍멍멍, 멍하니 있어. / 매애매애, 매앵추"(p.30-31)같은 문장, '사랑'이라는 시와 같이 번역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같은 이야기들도 보인다. 이 책 전체를 오롯이 나의 것으로 만들기에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골목길이 끝나는 곳은 어떤 곳인가? 어릴 때, 내가 놀았던 장소는 골목길이지 놀이터가 아니었다.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 골목길이 끝나는 곳은 막다른 골목이거나, 혹은 큰길이 시작되는 곳이어서 언제나 멈춰서야하는 곳이었다. 쉘 실버스타인이, 우리를 골목길이 끝나는 곳으로 초대하여 그 곳을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속의 화자는, 우리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면서(자루에 뭐가 들었니?-p.109)우리가 무심코 저지르는 실수, 혹은 무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피리부는 사람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크선장과 같은 인물들을 빌려와서(남은 사람 -p.151 / 앨리스 -p.110 / 후크선장 -p.16)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림 속에 이야기가 숨어있기도 (게으른 제인 -p.85 / 제발 좀 나를 놀리지 마 - p.105 / 이 세상에서 제일 긴 코 -p.132-133) 하다.

 

시인지, 동화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글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쩜 이런 것도 글로 써 놓으니 제법 문장이 되네 싶은 것도 있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문장을 발견하기도 한다. 가끔은 우화를 통해 교훈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을 때 그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은 글을 보충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린 후 글을 쓴 것같은 느낌이 든다.

 

내 마음에 든 부분이 몇가지 있는데 그건 아래와 같다.

[색깔](p.22) 내 마음 안에 있는 색깔은 무슨 색깔일까?

[일찍 일어나는 새](p.28) 내가 새라도 늦게 일어나겠다. 하하.

[레스터](p.67) 때로는 영악한게 독이 되는 법이지.

[자루에 뭐가 들었니?](p.109)끔찍하다, 그런 질문만(!) 받는다는건.

[엄마와 하느님](p.117)맞아 맞아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짧은 글을 통해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 것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