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의 꿈 -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모험 간바라 메구미 (노블마인) 2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간바라 메구미의 두 번째 모험. 간바라 메구미는 전작인 [메이즈]에 나왔던 독특한 캐릭터의 인물이다. 온다 리쿠의 작품에서 전작의 인물을 다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듯하다. [메이즈]가 메구미라는 인물을 소개하는데서 그친 듯한 느낌이라면, 이 책에서는 [메구미]의 일상과 일이 주요 내용이다.

메구미는, 남자지만 여자같이 행동하는 인물이다. 어렸을 때 여자가 많은 집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메구미만의 생존전략은, 사회생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여자들은 사회 활동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고,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들은, 남자들이 그런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구미는, 여자라서 이로울 때와 남자라서 이로울 때, 이 두 가지 역할을 바꿔가며 살아간다. 어쩌면, 이것이 원래 인간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

메구미라는 인물은 딱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클레오파트라의 꿈] 역시 딱 그 경계에 있는 소설이다. 메구미는 쌍둥이여동생인 가즈미를 도쿄로 데려간다는 개인적인 일과, 클레오파트라를 찾아내는 직업적인 일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밟고 서 있다. 때로는 여동생의 일을 처리하고, 때로는 자신의 일을 진척시킨다.

간바라 메구미는 미국의 제약회사 직원이다. 그가 행동 하나하나가 동종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제약회사의 주가가 치솟거나, 획기적인 신약이 발표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메구미가 홋카이도의 H시에 간 것은 표면상으로는 가즈미를 도쿄로 데려가기 위한 가정적인 일 때문이었지만, 메구미가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하필이면 H시에 온 것은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도둑이 제발저린다는 표현이 딱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메구미가 왔다는 정보는 메구미가 원하는 정보를 가진 이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것이 실존하는 것이든 상상에 의한 것이든 간에 일단 메구미라는 인물이 미치는 사회적 여파인 것이다.

[메이즈]에서 보여줬던 비밀기지, [클레오파트라의 꿈]에서 보여 준 생화학무기. “거대한 제국 미국”을 바라보는 온다 리쿠의 시선을 “미국의 제약회사에 다니는 메구미”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듯하다. 미국의 반응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이 기침을 하면 전 세계가 들썩이는 꼴이니, 어찌 그렇지 않을까? 메구미라는 인물의 설정은 묘하게도 거대제국 미국을 연상시킨다. 물론, 메구미의 역할이 그러하듯 “미국”과 “미국제약회사의 일개 사원”이라는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지만.

[메이즈]에 비해 환상적인 몰입은 어렵지만, [클레오파트라의 꿈]은 다 읽고 난 후에 여운이 조금 강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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