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53가지 - 젊은 철학자의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이야기
이창일 지음 / 예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말해서, “정말 궁금한”이라고 했는데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던” 소재가 [예절]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같은 시대에 예절 얘기 운운했다가는 고리타분하다는 얘기 듣기 딱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절]을 소재로 책이 나왔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예절을 “세상을 살만한 것으로 만드는 현명한 삶의 기술”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 사랑에 관한 테크닉이 아니었던 것처럼 여기서 말하는 삶의 기술 역시 어떤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니다. 그러니까 “삶의 기술로서의 예절은 우리 삶이 더 좋은 상태가 되도록, 행복한 삶이 되도록 해주는 것”(p.11)이다.




크게 관혼상제로 나누어진 이 책은, 왜 하는지도 모른 채 해왔던 것들의 의미를 알려준다.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그저 귀찮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무시했던 것들, 그리고 현대화 한답시고 마구 변형시켜버린 것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관혼상제 중에서 내가 실생활에서 접하고 그나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혼상제이다. 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아무도 내가 성년이 되었다고 축하해주지 않았고, 성년이 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성년의 날이랍시고 학교 정문 앞에서 팔던 장미꽃은 생각이 난다. 그러나, 어른들로부터 받는 제대로 된 축하가 아니었던 것이다. 옛날의 관례와 그 절차에 대해 설명을 한 다음 지금도 관례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현실로 끌고 온다. 저자는 관례의 형식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방황하는 청소년은 물론이고 무늬만 어른인 채 나이를 먹은 아이들, 어른을 회피하고 외면하려는 응석받이들, 이들에게 어른으로 들어가는 문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줄 삶의 예식이 필요”(p.56)하다고 말한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어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갖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른들의 행동만을 답습하게 되니 어른다운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혼에 대해서는 재미있게 읽었다. 나도 결혼식이란 걸 했기 때문에 그 내용이 그나마 쉽게 이해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서양식인 결혼식이 아니라 전통혼례를 했다. 10분 20분에 한 쌍씩 급하게 해치우는 결혼식이 못마땅하기도 했고, 그렇게 할 거면서 큰돈 들이는 것이 아깝기도 해서였다. 날이 추워서 야외에서 하지는 못하고 실내에서 이루어진 전통혼례였지만, 나름대로는 의미 있는 결혼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우선 결혼, 아니 혼인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관혼상제에는 음양오행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그것을 단순하게 미신이니 하는 식으로 폄하하기보다는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조상들의 지혜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듯하다. 혼과 관련된 질문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연애결혼과 중매결혼은 어떻게 다른가라는 걸 보면, 실제로는 연애결혼이든 중매결혼이든 간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옛날식의 중매결혼이라면 얼굴도 모른 채 혼인날에야 알게 될 터인데, 요즘의 중매결혼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소개로 만나기는 했으나,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해 파악한 다음 혼인이 이루어진다. 또 중매로 만난 후에 1년 정도 연애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가하면 연애결혼이라 하여도 당사자들의 의견만으로 혼인이 성사되지는 않는다. 상견례를 통해 부모와 만나고 부모의 허락을 받아 이루어지는 혼인이기 때문이다. 결혼축의금은 왜 홀수로 내는가에 대한 의견도 읽을 만하다. 그런데 결혼축의금을 홀수로 내느냐 짝수로 내느냐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왜 축의금을 내야하는가,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적어놓는 것은 괜찮은가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궁금하니까.(^^) 면사포가 어떤 의미가 있나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종교적 관점, 남녀차별에 대한 생각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섞어놓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생각할 바가 많은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너울’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이 페이지의 그림이 뜬금없는 ‘장옷’이라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상과 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상의 경우 예전과 달리 전문업체가 맡아서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보니 상에 대해 잘 몰라도 그런대로 진행이 되기는 하지만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따른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나도 몇 년 전 아버지의 상을 치루면서 이것저것 경험해본 터에 이 책이 설명하는 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런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조금 어렵지 않나(책을 쓴 저자는 쉽게 풀어놓았으나 그 내용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는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일 듯)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의 경우에는 그런대로 이해가 쉬울 듯하다. 차례를 비롯하여 기제사는 대부분의 집에서 지내는 것이니까. 이 책에서 지적한 대로 제사에 관해서는 생각해야 할 점이 많다. 종교적인 이유로 싸움이 나는 집을 나도 몇 번 봤으니 말이다. 저자의 글이 때로는 기독교를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이는 아무래도 전통 풍습과 기독교가 많이 부딪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굳이 저자가 기독교를 비판했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관혼상제에 대한 글을 읽다보니, 많은 생각이 스친다. 명절 때면 연휴라고 좋아하고, 성년식이든 결혼식이든 이벤트가 되어버렸고, 상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다니는 상례가 그러하고, 제사 때문에 싸우기도 하는 걸 보면서 이런 걸 그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하는 것이라고 치부하고 말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현대에 어울리는 접점을 찾아 유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저자의 글 모두에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예절 속에 담긴 정신만은 올바르게 계승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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