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제일 좋지?
엘리자베스 베이글리 지음, 윤희선 옮김, 제인 채프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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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제일 좋다는 생각, 집을 떠나 다른 곳에 가면 항상 생각나는 말이다.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도 마찬가지. 이때 집이라 함은 아늑한 나의 보금자리인 집 자체를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공간으로서의 의미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별로 느끼지 못하다가 어디 여행을 가거나, 혼자 있어보면, 그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바로 늘 가까이 있는 공간(사람)인데다가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해서 인지하지 못하다가 불편함을 느끼고 나서야 일상적인 것,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을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런 것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편안하다는 말이 아닐까?

 

아기토끼 모즈는, 좁은 집에서 가족들과 부대끼며 살다가 혼자만의 세상에 나가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그렇지만, 혼자 노는 것도, 혼자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혼자 놀아본 사람은 안다. 그게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지를. 혼자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살아본 사람은 안다. 그 공간이 나를 얼마나 작아지게 만드는지를..

 

아기토끼 모즈가 다시 집으로 되돌아와 누나 옆에, 가족 옆에 잠들었을 때 느끼는 편안함은, 몸의 편안함을 떠나 마음이 편안해졌음을, 그리고 따뜻해졌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아이가 좋아하는 토끼를 주인공으로 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여도 가족과 함께 있으면 화려하고 큰 궁전보다 더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얼음궁전에서 얼음기둥에 비친 모즈 자신의 모습 외에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눈으로 만든 이불은 얼마나 차갑고 추운 곳이던가. 혼자 놀다 지쳐 잠든 모즈가 꽁꽁 얼어 일어났을 때 모즈를 안아줄 가족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외로운 일이던가. 모즈의 하룻밤 외출로 우리 아이는 가족의 소중함을 한번 더 느끼게 될 것 같다. 차가운 파란색 그림이 따뜻한 모즈네 토끼굴 속의 모습과 대조되어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은, 바로 부대낄 가족이 있고, 함께 안아주고 덮어줄 이불같은 형제자매가 있는 내 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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