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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듣는 작가다 싶었는데, 이 책이 데뷔작이란다. 데뷔작으로 이만큼 재미난 소설을 써내다니 참 대단한 사람이다. 여러사람들이 괜찮은 책이라고 추천을 해주어서 읽게 되었다. 최근에는 소설을 거의 읽지 않은 것 같아서 일부러 선택한 책이기도 하다.
비카스 스와루프는,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외무부의 외교관으로 몇몇 나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작가이다. 외교관이라는 직업과 소설가라는 직업, 아, 둘다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외교관으로서의 직업이 드러나는 대목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람 모하마드 토머스이다. 빈민가에서 생활하고 있는 웨이터다. 그런 그가, 엄청난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서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퀴즈쇼 광풍이라고 할만큼 퀴즈프로그램이 많다. 나는, 그 퀴즈프로그램을 보면서, 저 많은 상금은 어떻게 나오는걸까?라는 생각과 더불어 나도 저 퀴즈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별히 전문직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주부가 상금을 획득하는 걸 보면 나도 그런 자신감이 쑥쑥 생겨나곤했던 것이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이 퀴즈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상금이 나가기는 하지만 퀴즈쇼 관계자로서도 이득이 있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는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바로 자금력이 부족한 방송사가 그 어마어마한 상금을 내줄 형편이 안된다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그 퀴즈쇼는 처음부터 짜여진 각본이 있는 퀴즈쇼였다. 두번째 문제에서 진행자가 람을 도와준 걸 보라. 그러나 방송사가 원한 건 일정 정도까지였지 우승은 아니었다.
이 책은, 위에서 말한 틀을 가지고 람의 인생을 돌아본다. 퀴즈 내용에 따라 람의 이야기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바로 얼마전의 일까지 내려오기도 한다. 람의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일대기였다. 자국영화의 흥행률이 아주 높다는 인도인만큼 영화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고, 람이 영어나 호주말을 배우게 된 경위를 알게 해주는 이야기들 속에는 종교적인 문제, 정치적인 문제까지 포함이 된다. 그야말로 한권의 소설이 될만한 람의 일생이다.
그런데, 람은, 왜 퀴즈쇼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걸까? 나는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의 결말에 가서야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써 멋진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직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람의 일생을 읽어가는동안,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이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있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삶 자체가 퀴즈고, 삶을 살아내는 우리의 자세가 바로 정답인 것이다.
제법 두꺼운 장편소설임에도 읽는 재미가 쏠쏠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