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빔 - 여자아이 고운 옷 우리 문화 그림책 4
배현주 지음 / 사계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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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설날이 되면 가장 좋았던 것이 설빔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명절이 되면 새옷을 사주셨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설날에 입는 설빔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집 아이보다 유난히 한복을 많이, 그리고 자주 입었던 나였기 때문에 더 그러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여러가지 한복을 입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다. 그 한복은, 새로 산 한복도 있지만, 엄마와 할머니의 한복을 뜯어 내 옷으로 만든 한복도 제법 된다. 어쨌든 그렇게 한복을 자주 입었는데 언제부턴가 한복 뿐만 아니라 설빔이라는 것도 나에게 잊혀진지 오래다.

요즘은 평소에도 새옷을 자주 사게 되니 굳이 설이라고해서 새 옷을 사지 않아도 아쉬운 지를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설빔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단순하게, 명절에나마 새옷을 입자는 건줄 알았더니(--) 새해 아침에 새옷을 입는 것은 지난해의 안좋았던 것들은 모두 떠나보내는 의미도 있고, 설빔을 준비하는 어머니가 설빔을 입을 아이에게 좋은 것을 선물하고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까지 담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읽은 책은 여자아이의 설빔이다. 아무래도 딸이 있으니 여자아이의 설빔을 읽게 되었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여자아이의 포동포동한 얼굴과 조바위를 쓰고 알록달록 색동저고리를 입은 모습이 아주 예쁘다. 책을 펼치면, 더 예쁜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하얀속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자아이가 설빔을 꺼내들고 하나하나 입어보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다홍색 비단치마의 색은 어찌나 화려한지 눈을 사로잡는다. 단순하게 치마를 입은 모습만 보여주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여자아이가 한복을 하나하나 입는 순서를 보여주는 그림은, 아이들에게 한복 입는 일이 그리 복잡하고 귀찮은 게 아님을 보여준다. 치마를 입고 꽃수를 놓은 버선을 신다가 발라당 뒤집어지는 모습은 예전에 한번쯤은 경험해보앗을법하다. 거기다 색동저고리를 입고 고름을 맨다. 배씨댕기, 금박댕기 드린 모습으로 거울 앞에 앉은 아이의 모습이 선녀같다. 설날이 겨울이다보니 털배자와 조바위도 필요하다. 꽃신을 신고 노리개와 두루주머니까지 걸고 나면 복이 절로 굴러들어올 것 같다.

그림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동안 행복한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올해 설날에는 아이에게 설빔을 해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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