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이 들려주는 홍길동전
최태림 지음, 김고은 그림 / 세상모든책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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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책들이 좋은 점은, 한국의 고전을 저자의 생애와 더불어 읽음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허균이라는 인물과 허균의 대표적인 작품인 홍길동전을 함께 읽으니 허균이 왜 홍길동전을 썼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전기만을 접할 때와 작품만을 접할 때가 다르고, 전기와 작품을 같은 줄거리 안에서 접할 때는 또 역시 다르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아주 유용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얼마전 읽었던 허난설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론, 이 책에서는 허난설헌을 아주 잠깐 언급했을 뿐이지만, 허균이 허난설헌의 작품을 모아 책으로 엮게 된 일화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랬을것이다. 허균이 허난설헌의 작품을 모아 전하지 않았다면, 중국의 문인과 교류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작품을 우리는 접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읽은 다음, 허난설헌의 이야기인 [스물일곱송이 붉은연꽃](일마)이라는 책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꿈, 이것은 허균의 일생과 더불어 홍길동의 운명까지도 함께 생각하게 한다. 한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 자질을 꽃피울 수 있는 시대를 함께 타고 나야한다. 한편으로는 시대탓을 하기에는 나약한 면이 있으나, 세종 대에 장영실이, 박연이,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었던 것도 세종이라는 성군을 만나서가 아니었던가? 허균이 광해군 대가 아니라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허균의 홍길동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세종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종이라는 성군이 치세를 하던 시대에 서자의 운명을 안고 태어난 홍길동.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유교적 전통이 확립된 시기가 세종 때라고 한다. 천민출신까지도 기용해서 일을 맡겼던 세종이지만, 바로 그 세종이 맏이든 아니든, 적자이든 서자이든 상관없이 집안을 이어받던 관습을 적장자 계승제로 바꾸고, 남자가 여자집으로 장가들던 풍습을 여자가 시집을 오는 방식으로 권장하고, 과부의 수절을 반드시 지켜야할 미덕으로 (왕의 투쟁, 페이퍼로드, p33)여기게 한 것이다. 그러니, 이런 시대에 서자로 태어난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하였다.

 

허균 자신은 서자 출신이 아니었으나, 그의 스승과 그의 벗들을 통해 그 불합리함을 많이 본 듯하다. 성리학적 지배체계하에서 제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파직과 등용을 되풀이하던 허균도 여러가지로 답답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허균이 원하는 세상을 길동이 만들어줄까?

 

길동은 마지막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그 나라의 왕이 되어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와의 우애를 두텁게 하였다고 허균은 말한다. 허균의 가족사를 볼 때 부모와 형제간의 관계를 다룬 것은 이해할만하다. 또한 허균이 원하는 세상을 길동이 세운 나를 통해 보여주기도 하였다.

 

허균의 생애 후반을 살펴보면, 허균 역시 광해군을 몰아내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비록 그 일은 성공하지 못한 채 죽어야 했지만 말이다. 허균의 생애와 홍길동전을 같이 읽음으로써 우리는 이런 것들을 이해하게 된다. 홍길동이라는 인물과 허균이라는 인물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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