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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질꼬질 냄새 나는 우리 멍멍이 - 장독대 그림책 10
해노크 파이븐 글.그림, 노은정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아이가 가족의 그림을 그리는 걸 보면, 늘 같은 걸 그리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했다. 아이의 그림은 아이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는 훌륭한 자료이기도 하다. 아이가 무의식 중에 그리는 그림을 보면서 나를 되돌아볼 계기가 생기기도 한다.
꼬질꼬질 냄새 나는 우리 멍멍이라는 책을 처음 펼치면, 흔히 우리가 보는 가족그림이 있다. 얼굴과 몸과 팔다리가 있는 단순한 그림이다. 이 단순한 그림도 처음에는 얼굴에 몸도 없이 팔다리만 그리다가 점차 몸도 그리고 팔다리도 자유로워지면서(?) 변화를 거듭한다고 하니 아이의 그림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을듯하다.
첫 페이지에 있는 단순한 그림을 넘기면, 자기가 생각하는 아빠의 이미지와 자기가 그린 그림이 다르다고 말하면서 새로 작품을 만든다. 아빠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여러가지 재료들을 가지고 아빠얼굴을 그리는 것이다. 용수철처럼 힘이 넘치는 아빠, 팽이처럼 신나게 놀아주는 아빠, 엉뚱하고 재미있는 아빠, 고집불통인 아빠를 그냥 선으로 그린 그림에서는 잘 느낄 수 없지만, 아이가 아빠의 특징을 나타내는 물건들로 그린 그림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사람을 보고, 사물을 보는 눈이 정말 뛰어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과연 내 아이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함께 동봉된 독서지도가이드를 보면, 아이가 처음부터 이렇게 잘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말라고 한다.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가 지금까지 한번도 사물을 사람의 특징과 연관시키거나, 사물의 특징을 비교해본 적이 없다면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라면 특별한 훈련이 없어도 잘해낸다. 때로는 내 눈에는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기도 한다.
단순히 사람 얼굴을 그리는 게 아니라 사물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고, 비유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단, 이런 책은 제시된 예시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당장 우리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아이의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보자. 이럴 때 콜라주는 참 좋은 방법이다. 아이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나는, 아이가 어려서, 아직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할 줄 모르기 때문에 올해 7살이 되는 조카에게 보여주고 한번 해보았다. 아빠, 엄마, 그리고 가족같은 지니(조카네 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표현을 해보았다.
아빠는,
오락을 잘해서 몸은 키보드.
맛있는거 잘먹어서 눈은 쵸콜렛.
힘이 세니까 코는 힘센 망치.
잘 놀아주니까 입은 블럭이란다.

하하..늘 컴퓨터만 끼고 사는 부자(父子)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제대로 아빠모습이다.
엄마는,
미싱을 잘해서 머리카락은 실.
엄마 눈은 맛있는거 많이 해줘서 귤
좋은냄새가 나서 코는 화장품.
알록달록한거 좋아해서 입은 메니큐어.
사랑스러워서 머리에 하트 핀이란다.

엄마가 매일 미싱으로 가방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아서그런가? ^^; 그래도, 네모난 아빠얼굴과는 달리 동그랗고 예쁜 접시얼굴이네.
지니는,
따뜻해서 몸통은 모자, 다리는 장갑.
노는거 좋아해서 머리는 공.
너무 시끄러워서 꼬리는 마이크란다.

제대로다. 이 집 개가 제법 시끄러운 갠데, 그 특징이 한눈에 드러나는 모습이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사물을 짚어내는 실력이 제법이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의 생각을 넓혀주는 책을 만난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