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빈센트 반 고흐 아트 픽션 2
쥐디트 페리뇽 지음, 성귀수 옮김 / 아트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반고흐의 작품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쯤이었을까?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그의 그림을 꽤나 좋아했고, 어느 곳에서 그의 그림을 만날 때면 흐뭇해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다가 [반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도 했던것같다. 그런데 나는 그의 작품에는 빠져들면서도 정작 그림을 그린 고흐에게는 마음을 열 수 없었다. 그것은, 귀를 잘라버린 후 그린 자화상이 내 머리속에 깊이 박혀있어서였는데, 그를 이해하지 못해서였다기보다(그렇다고 이해하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의 귀를 잘라버릴 수 있는 사람이 무서워서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고흐를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그의 작품 외에 항상 회자되는 소재가 그의 동생 테오일 것이다. 빈센트와 테오가 끊임없이 나누었던 편지를 통해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가지를 칠 수 있었기때문이겠지.

 

동생과 그토록 많은 편지를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었던 데에는 분명, 빈센트와 테오가 단순한 형제애 이상의 것이 있었을터이다. 우리도 수많은 지인들과 연락을 하고 살지만, 자신의 내면상태를 그토록 솔직하게 고백할 상대가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특히나, 연인도 아니요, 자신의 형제라니. 사실, 형제란 가깝고도 먼 사이가 아니던가. 그들의 나이가 한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빈센트의 화가로서의 생활을 지원해줄 수 있었던 것을 볼 때 그들은 형제이기 이전에 서로의 멘토이자 벗이었으리라.

 

그의 그림, 그의 편지들은 빈센트를 이해하는데 많은 자료로 사용되었지만, 정작 그와 많은 것을 나누었던 테오의 입장을 가늠했던 것은 없었던 듯하다. 왜냐면 우리의 관심은 위대한(혹은 비싼 값을 호가하는 그림을 그린) 화가의 생애만 궁금해했지 그의 동생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를 못느껴서일수도 있다.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테, 클림트의 연인 에밀리 플뢰게,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처럼 빈센트 반고흐하면 테오도리스 반 고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음에도 그들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빈약할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은, 테오가 이야기하는 빈센트 반고흐의 이야기면서 실제로는 테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도 될 만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빈센트가 테오이고, 테오가 빈센트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 둘의 관계는 서로를 닮아가고 있었다. 빈센트가 죽은지 6개월 뒤에 마치 형을 따라가듯 죽은 테오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할까?

 

세상의 관심 밖에 있던 테오를 다시 세상의 관심 안으로 들여놓은 소설이라 생각된다. 더군다나 테오가 알고 있던, 고흐의 그림 모델들-가셰박사나 탕기영감-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자화상이 아닌 초상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때마침 반고흐의 미술전이 열린다하는데 지리적여건과 개인적사정으로 보러 갈 수 없는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약간이나마 위로를 받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림을 중심으로 전개된 빈센트의 삶이 아니라, 빈센트의 죽음 이후 테오가 주변 사람들에게 빈센트를 이해시키면서 자기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형식이다.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 빈센트, 아니 테오의 이야기에 한번쯤 빠져봐도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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