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중이 들려주는 구운몽
최태림 지음, 경혜원 그림, 설성경 감수 / 세상모든책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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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학교에서 한국고전을 배울 때, 아주 간략한 작가소개에 이어 바로 고전 본몬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던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그리 쉽지 않았던 듯하다. 작가의 삶이 반영되어 있거나, 작가의 생각, 평소의 행동과 소신 등을 알고 나면 더 이해가 쉬워지는 책들이 있는데, 바로 구운몽이 그러하다.

 

이 책은, 구운몽을 소개하기에 앞서 작가인 김만중을 화자로 내세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구운몽을 지은 계기를 홀로 계신 어머니를 위해 지은 소설이라는 것만 알고 읽기보다는 이렇게 작가의 삶을 알고나니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전기는 아니지만 전기의 형식을 가지고 있고, 구운몽이라는 작품을 작가의 삶의 한부분으로 녹여내고 있으며, 작품 소개후에는 작가의 마지막 삶을 이야기하여 맺고 있다.

 

구운몽, 성진이라는 사람이 팔선녀와 희롱하다 양소유로 다시 태어나 팔선녀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줄거리만으로 기억되던 소설이다. 이 책은 어린이용이지만, 한국고전에 익숙치 않은 성인이 교양용으로 읽어도 될듯하다. 사실, 성인이 된 이후 든 생각이지만, 내가 읽었다고 생각했던 작품들이 실은 교과서 속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다. 나는, 대학에서 전공과목으로 구운몽을 다시 접하긴 하였으나,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더 쉽게 다가가게 된 것이다.

 

김만중의 효심을 이야기하자면, 김만중의 아버지의 죽음 이후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을 함께 살펴야한다. 보통 홀어머니, 혹은 홀아비의 자식에게는 세상의 시선이 더욱 엄격했던 것이 한국의 시선이었다. 지금도 그러한 시선은 여전하다. 양부모와 함께 사는 것만이 정상(?)적인 삶이고, 한부모와 사는 가정의 아이에게는 뭔가 부족한 것이 있으리라 지레짐작하는 풍토가 여전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만중의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더욱 엄격하였고, 자신은 더욱 검소하였으며 늘 모범이 되고자 하였다. 먹을 것이 없어도 자식들의 책을 구해주는 어머니, 늘, 힘이 되어주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효심깊은 아들 만중이 있는 것이리라.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여 쓴 소설이지만, 그 내용은 단순한 심심풀이가 아니었다. 김만중 자신의 세계관, 정치관 등이 녹아들어간 내용을 재미있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팔선녀를 만나 부인과 첩으로 거느린다는 내용은 요즘 세상으로 치자면 돌멩이 맞을 일이긴 하나, 그 당시로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대이며, 또한 스스로 첩이 되기를 희망하는 팔선녀의 태도 역시, 부귀영화를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재주와 자신의 힘을 더욱 뜻있게 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물론, 양소유가 승승장구하며 팔선녀를 거느리고 사는 모습은 세상을 거머쥔 자의 모습이나 그가 말년에 느끼는 공허함은 그러한 부귀영화가 이 세상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참된 것에는 모자란다는 말일 것이다. 세상에는, 부귀영화를 쫓아 자신이 가진 힘을 다 쏟아붓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에 앞서 자신의 내면을 살찌우고, 키우지 않는다면 물질적인 풍요는 결코 정신적인 만족감을 함께 수반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구운몽이라는 고전소설을 지루하고 재미없게 읽지 않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띄는 책이다. 더불어 작가의 삶 속에서 작품의 의의를 찾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초등학생용으로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으나 한국의 고전소설을 접하게 하는 좋은 책인것같다. 더불어 청소년들에게도 충분히 권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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