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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 식물학자가 자연에서 찾은 풍요로운 삶의 비밀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존 버고인 삽화 / 다산초당 / 2025년 5월
평점 :
우리는 부와 안전을 갈망한다. 하지만 이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생태심리학자들이 보여주듯 감사의 실천은 과소비에 제동을 건다. 선물의 관점에서 관계를 증진하면 결핍과 부족함의 감각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충분함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굶주림이 가라앉는다. p.22
감사와 호혜성은 선물 경제의 화폐다. 여느 화폐와 달리 교환이 이루어질 때마다 양이 불어나고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면서 에너지가 집중되는 놀라운 성질이 있다. 진정한 재생가능자원인 셈이다. 인간 경제의 화폐가 어머니 대지님에게서 비롯하는 흐름을 모방한다고 상상할 수 있을까? 선물의 화폐를 상상할 수 있을까? 관계로서의 호혜성에 대해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내가 말하는 호혜성은 의무가 결부된 쌍방 교환이 아니다. 그러므로 상호적 '지불'로 해소될 수 없다. 이런 호혜성은 선물이 멈추지 않고 퍼져 나가도록 한다. 그러면 선물은 축적되어 정체하는 일 없이 계속 움직인다. p.24~25
자연경제에서 흐름의 원천이 태양이라면 인간 선물 경제에서 선물의 흐름을 끊임없이 보충하는 '태양'은 무엇일까? 아마도 사랑일 것이다. p.29
선물 경제는 시장경제보다 먼저 등장한 대안이자 '삶을 지탱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선물 경제에서 부는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을 만큼 가진 상태로 받아들여지며, 풍요를 다루는 방법은 내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많이 쌓아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베푸느냐다. 선물 경제의 화폐는 관계다. p.50
돈이 만들어지려면 사고팔 상품이 있어야 한다. 상품이 희소할수록 가격이 높아지고 수익이 커진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풍성하고 거저 얻을 수 있는 대지의 선물을 상품으로 전환하여 사유화하고 높은 가격을 매겨 희소하게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이 시장경제학이다. 미친 짓 같다.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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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와 '풍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더 많이 가져야 안정되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감사하고 나누는 마음에서 진정한 풍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특히 "선물 경제의 화폐는 관계"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신뢰와 배려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이 원래는 모두의 선물이었는데, 그것을 희소한 상품으로 만들어 가치와 가격을 매기는 것이 과연 옳은가를 묻는 부분이었다. 평소에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내용이라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결국 풍요는 얼마나 많이 쌓아두느냐가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데서 만들어진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