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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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책 한권 들고 나와 오롯이 그 이야기 속에 파묻히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은 오후반차를 쓸 예정이었고, 바로 귀가하기보다 카페라도 가서 책을 읽을 생각을 했다.


책장에 꽂혀있지만, 아직 읽지않은 책 중에 한권을 들고 나왔다. 


이 뜨겁고 쨍한 여름날에 읽을 책은 아닌 것 같았지만, 책을 펼친 뒤 세 시간 정도 만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제목부터 죽음과 장례식을 이야기하고 있어 조금 무겁고 서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막상 읽고 나니 죽음보다는 남겨진 삶과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최근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죽은 사람을 보거나 그들의 사연을 해결해 주는 주인공을 자주 접해서인지, 처음에는 이 책의 설정이 조금 식상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 단 하나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나타나고, 그 기억에 얽힌 일을 해결한 후 자신이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점차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다음에 나타날 사람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지 궁금해져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죽은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기억은 대부분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미처 전하지 못한 진심을 전하고 싶어 했고, 누군가는 고마웠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 했다. 또 누군가는 남겨진 사람을 걱정하며 부탁을 전했고, 누군가는 살아 있을 때 하지 못했던 사과를 건넸다. 죽은 사람의 마음이 전달되면서 남아 있는 사람 역시 오랫동안 품고 있던 미안함과 원망에서 조금씩 벗어나거나, 잃어버렸던 삶의 의지를 다시 찾기도 했다.


결국 죽은 사람과 산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고맙다는 말이나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며 살아간다. 나중에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나중’이 반드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죽음 앞에서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것이 대단한 성공이나 재산이 아니라 한 사람과 나눈 기억이나 전하지 못한 말일 수 있다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어려움 없이 필요한 것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삶에 대한 거창한 기대는 없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에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나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늘 더 큰 목표나 특별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지금 가진 것을 편안하게 누리고 작은 즐거움을 알아보는 것도 괜찮은 삶의 모습일 것이다. 다만 언젠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마음속에만 담아 둔 고마움과 미안함은 조금 더 자주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마지막 순간에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은지 묻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무겁지만, 그 질문을 통해 지금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 떠올릴 단 하나의 기억이 무엇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후회보다는 따뜻한 기억이 남을 수 있도록 오늘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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