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월급사실주의
남궁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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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에는 비정규직 아나운서, 공부방 운영자, 식당 수습 직원,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 간호조무사, 물류센터 일용직, 프리랜서 통역사, 비건 식당 매니저 등 서로 다른 노동 현장을 다룬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 남궁인, 「오늘도 활기찬 아침입니다」


지방 방송국의 프리랜서 아나운서 지민은 새벽 방송과 각종 행사를 병행하고, 퇴근 후에도 SNS로 자신을 홍보한다. 방송국 공채지만 안정적인 직원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불평하지 못하지만, 지민의 노동은 소득과 고용 모두 불안정하다. 특히 여성 방송인에게는 실력뿐 아니라 외모, 나이, 이미지 관리까지 노동으로 요구된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면 열악한 근무조건도 감수해야 할까?


2. 손원평, 「피아노」


혜심에게 공부방은 처음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수익과 생존의 문제이다.

노동에서 순수한 열정은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할수는 있지만 현실과 마주치면 노동은 이상과 같은 방향으로 세우기가 어렵다.


3. 이정연, 「등대」


전 직장에서 해고된 설희는 복어 전문점의 수습 직원으로 일한다. 정직원 전환을 기대하며 부당한 말과 행동을 참는다. ​

설희가 부당함을 참는 이유는 소극적인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정직원이 되어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4. 임현석,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화장품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부 직원 진영과 가맹점주 선영. 진영은 점주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선배에게 배운 화법과 웃음, 공감하는 척하는 태도를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 


이 작품에서 ‘인성’은 실제 사람됨이라기보다 웃음, 친절, 공감하는 말투처럼 외부에 드러나는 태도에 가깝다. 회사에서 잘 풀리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기보다 조직이 원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연기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일 수 있다.


5. 정아은, 「두 친구」


지현과 승미는 친구였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다. 병원에서 간호조무사와 환자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과거와 현재, 우월감과 열등감, 부러움과 연민이 복잡하게 뒤섞인 관계를 보여준다.


6. 천현우, 「빌런」


소설 속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위치에 있지만 서로 연대하기보다 학벌, 업무 배치, 온라인 평판을 두고 상대를 공격한다. 구조적인 노동 문제에 대한 분노가 사회가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개인에게 향한다. 


7. 최유안, 「쓸모 있는 삶」​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편집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쓸모’는 누가 결정하는가?​


8. 한은형, 「식물성 관상」


식물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생 민지는 비건 식당을 운영하는 보이사에게 발탁되어 매니저가 된다. 


“진정성 없는 게 이 시대의 진정성”이라는 말은 보이사의 사업관을 압축한다. 그는 비건이라는 가치를 실제로 실천하기보다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이미지를 판매한다. 문제는 단순한 ‘패션 비건’이 아니라, 윤리적 언어를 이용해 노동자를 착취하고도 자신을 진보적인 사람으로 포장한다는 데 있다.


이 소설집에서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버는 행동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 외모, 감정, 양심, 인간관계, 신념까지 내놓는다. 그런데 성실하게 일한다고 해서 안정된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작품 속에서 잘 풀리는 사람은 조직의 논리를 빨리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용하며, 자신의 진심을 감추는 데 능숙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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