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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카페에서 책 읽고 싶어 - 책 읽는 할머니의 명랑한 독서 노트
심혜경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4월
평점 :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 일본학과를 거쳐 프랑스 언어문화학과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무슨 까닭으로 어학 관련 공부만 그리 오래 했을까? 그건 모두 책 때문이다. 소설, 비소설 가리지 않고 원문을 모두 읽어 버리고 싶은, 책을 향한 일방적인 짝사랑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책의 쓸모와 함께, 읽고 쓰는 일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런 나의 마음이 가득한 '비밀의 방'을 공개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p.10)
저자는 원서로 책을 읽고싶어 오랫동안 언어학습을 했다고 하였다. 그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찔끔찔끔 하던 언어학습에 박차를 가할 용기가 생겼다. 원서로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면 단박에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책읽는 할머니의 삶이, 느리게 움직이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살아있는 것 같다. 내 삶도, 내 미래도, 내 노년의 어느 날들도 그리했으면 좋겠다.
저자가 읽고 소개한 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이 겨우 8권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만큼 읽을 책이 많다는 것이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 독서란 걸 한번더 알게 되었다.
나도 명랑하고 멋진 할머니로 나이 들고 싶다. 오늘 이곳에선 할머니들의 합창이 들릴 것이다. 문화회관과 카페 곳곳에 할아버지들이 앉아 기다리는 걸 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북클럽에서 매주 한 번씩 모여 거의 1년에 걸쳐 읽었다는 몽테뉴의 에세 시리즈는 나도 한번 더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독서모임에서도 매주 1권씩 함께 읽고 있지만, 최근엔 좀 많이 가벼워졌다. '노년이 되면 새로운 지혜를 얻을 가능성이 희박해지며, 주어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p.35)는 사실을 나 역시 느끼고 있다.
'지금껏 일은 해 왔을 테니, 이제 일이 없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걸 하면서 그때가 바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자기 스스로에게 입증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어떨지. 그 일이 금전적 수입과 연결되면 좋고, 안 되면 수준에 맞게 내 돈 들여 가며 놀기. 일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존재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은 우선 내려놓는 거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다른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아낼 수 있는 시간이 온 거다. 나이가 들어서 변하는 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으며, 특히 외모가 달라지는 건 자명한 진리이다. 그 진리를 '늙었다'라는 말로 뭉뚱그려 표현하지 말고, 자기다움에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p.36-37)
'오늘도 햇빛이 들도록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다른 이들의 지혜를 얻어 오기 위해 공부 모임과 독서 모임을 만들러 나간다. 공부와 독서에 대한 세포번식을 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함께 가면 오래 멀리 갈 수 있다.'(p.40)
'이미 저물었지만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면 아직 괜찮다는 뜻이다. 하루가 다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할 일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괜찮다. 용기 있는 사람들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런데 혼자만 하면 재미가 없다.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 그리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만 시간을 내주고 싶다. 시간은 모든 것이므로.'(p.52)
''사무실의 도른자들'에게 스트레스받은 일을 집에 가져가서 가족에게 불평을 털어놓고 싶었던 상황들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고, 마음이 느슨해지려면 '내버려두기'를 제대로 해야될 듯. (중략)
《렛뎀 이론》의 저자 멜 로빈스에 의하면, '내버려두자'라는 말을 많이 할수록 걱정하던 많은 것이 시간이나 관심을 쏟을 가치가 없는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내 에너지를 쏟을 필요도 없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타인에게 무관심하거나 그 사람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사람은 그 사람대로 행동할 수 있게 배려하면서, 나자신에게도 똑같이 해 주는 걸 의미한다.(p.143)
'읽었던 책의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게 기억력의 문제는 아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 주니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어차피 읽어도 잊어버리게끔 되어 있다는 거다. 그렇게 잊어버리기 때문에 한 번 더 읽을 수 있고, 그렇게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책이 가진 힘이라고 한다. 그러니 마음 놓고 잊어버리자.'(p.243)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않은 생각은, 유쾌하고 즐거운 나의 노년에 대한 기대였다. 기대수명만큼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년 이후의 삶을 계획하면서, 나 역시 카페에서 책을 밁으며 세상을 조금은 여유롭게 바라보고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