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새겨진 팔만대장경의 비밀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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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해인사에 갔다가,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판전을 보고왔다. 그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좀더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한 첫번째 생각이다. 무엇이든 알고보면 많이 보이는 법이다.

종교인이 아닌 이상 해인사는 나에게 쉬어가는 관광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거기 보관되어있다는 팔만대장경 역시 그러했다. 말이 옆길로 새지만, 경주에 가면 첨성대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에게~이게 뭐야]일 것이다. 그러나 첨성대에 숨어있는 과학원리, 당시의 시대상 등을 알고 보면 그 작은 첨성대에 무수한 이야깃거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팔만대장경도 마찬가지이다. 팔만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방대한 양인지, 경판은 물론이고 인쇄된 경전마저 전부 본 적이 없으니 알 길이 없다. 해인사에 왔으니 팔만대장경을 보고가야지했지만, 수다라전이나 법보전의 뚫린 창살 사이로 훔쳐보는(?) 걸로는 그 의미가 다가올 리 없다. 그래서 안타깝다. 다음에 해인사에 가면, 내 눈에는 외관만이 아니라 팔만대장경의 의미가 더 다가올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팔만대장경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과연 이것이 강화도에서 세겨져 해인사로 옮겨졌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해인사나 그 부근에서 새겨졌으리라는 가정을 팔만대장경이 새겨진 목판을 토대로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목판과 목판인쇄에 대한 개괄적인 이야기로부터 그당시 팔만대장경을 새긴 이유, 그리고 팔만대장경판의 나무를 분석 조사 연구함으로써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진행방식이 자연스러워, 중간중간 논문에서나 봄직한 도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만대장경의 세계는 쉽게 인식될 수 있었다.

예전에 정의내려지거나 발표된 것들은 문헌을 토대로 한 것이라면 이 책은 대장경이 새겨진 목판 자체를 조사하여 이끌어낸 결론이다. 문헌은 쓰는 사람에 의해 변조될 수 있는 것임에 비해 목판으로 사용된 나무는 그 자라는 곳이 정해져있어 객관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제기한 강화도에서 새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타당해보인다.

모든 과학적 사실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대체된다. 가설들은 또다른 가설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식의 과학적 접근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데 아주 유용하다. 목재조직학이라는 다소 낯선 학문이 이루어낸 성과다. 학문적 의도로 읽어도 괜찮은 책이지만, 우리의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교양으로 읽어도 좋을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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