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눈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7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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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13개의 단편 소설이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표제작인 「킬리만자로의 눈」은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 중 다리에 생긴 상처가 심해지면서 죽음을 기다리게 된 주인공 해리의 이야기이다. 해리는 작가인데, 곧 죽을 거이라는 생각에 그동안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는 특히 자신이 경험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작품으로 남기지 못한 것을 가장 크게 후회한다.


이 작품은 헤밍웨이 문학을 대표하는 단편으로 평가받고 있다는데, 제목인 '킬리만자로의 눈'은 순수함과 이상, 그리고 끝내 도달하지 못한 삶의 가치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이 이야기는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아프리카를 여행했으며, 사냥과 낚시를 즐기다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의 생애를 정리한 연보를 읽다 보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전쟁, 사냥, 아프리카의 풍경 같은 소재들이 대부분 그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작가는 취재를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기도 하지만, 결국 가장 생생한 작품은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경험이 바탕이 되는 것이 아닐까.


「킬리만자로의 눈」의 주인공 해리 역시 그런 현실감 덕분에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자신을 끝까지 살릴 수 있다고 믿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아내에게 오히려 원망과 냉소를 쏟아내는 모습은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특히 자신의 후회와 실패의 원인을 아내에게 돌리는 듯한 태도는 안타깝기보다 답답하게 느껴졌고, 순간은 꽤 비겁하고 찌질한 인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만 그런 모습이야말로 죽음을 앞둔 인간의 초라한 민낯을 헤밍웨이가 의도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단편집에서 가장 집중하며 읽은 작품은 표제작인 「킬리만자로의 눈」이었지만, 의외로 더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프랜시스 머콤버의 짧고 행복한 삶」이었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 사파리를 배경으로 하며, 사냥 여행을 떠난 머콤버가 사자를 마주한 순간 두려움에 도망치고, 그 일로 아내와 전문 사냥꾼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러나 이후 물소 사냥에서는 마침내 두려움을 극복하며 진정한 용기를 보여 주고, 비로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처음으로 자유와 자신감을 느끼는 순간, 예상치 못한 총성이 그의 삶을 끝내 버린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인 '짧고 행복한 삶'이 더욱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머콤버에게 행복은 오래 누리는 시간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 내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낸 아주 짧은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킬리만자로의 눈」과 나란히 놓고 보면 두 작품 모두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킬리만자로의 눈」의 해리가 지나온 삶을 후회하며 끝내 쓰지 못한 작품들을 떠올린다면, 머콤버는 죽음을 맞기 직전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진정 살아 있음을 느낀다. 하나는 후회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각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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