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치와오 - 마음을 두드리는 똑똑 그림책
츠가네 치카코 그림, 나리유키 와카코 글 / 예림당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표지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치와오라는 개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개가 주인공이 되어 어떤 일을 겪는 우화가 아니라 치와오라는 개와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자란 아이의 눈으로 본 치와오의 일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그림책은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며, 왜 그래야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통은 개의 이야기라 하면 진한 감동이 있는 스토리거나, 개가 주인공이 되어 동물의 눈으로 본 인간세상을 그리기 마련이지만 이 그림책은 그렇지 않다. 테어날 때 이미 자신보다 먼저 그 집에 살고있던 세살된 치와오와 11년이라는 세월을 살면서 치와오가 늙어가는 모습을 본 아이의 이야기이다. 특별한 클라이막스도 없고 담담하게 그려진 다큐같은 느낌이다.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동물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의 경우 인간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한다. 인간의 손길이 없다면, 그들이 인간의 집에서 혼자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없다. 예를 들어 목욕도 시켜줘야하고 먹이도 줘야한다. 또, 놀아주기도 해야하며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보통 인간들이(내가 인간이라 함은 주인들을 말하나 주인이라는 개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인간이라 표기한 것이다) 집을 오래 비우거나 할때면 늘 그들(집에서 키우는 동물)을 대신 돌봐줄 곳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것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아예 집에서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집에 들어오면 사람보다 더 반갑게 맞아주는 귀여운 동물들이 있는 집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생각하면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동물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 키워지고 길들여지지 않았다면 더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들을 길들이고 야생에서 생활할 수 없도록 만든 건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들 역시 그들에게서 자신이 바라는 것, 예를 들자면 귀엽게 꼬리치며 반기는 일이나 재롱부리는 일 등을 할 수 없는 때가 되면 귀찮아하기 시작한다. 생명이 있는 생명체라는 생각보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는 인식이 더 강한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을 친자식처럼 생각하며 키운다. 내 어머니와 내 동생도 개를 키우고 있고 그들이 개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걸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동이다. 늙고 병든 개들이 유기견이 되어 떠도는 모습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동물을 장난감처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어른들의 행동은 아이들에게는 스펀지처럼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은, 진한 감동을 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읽는 동안,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그들도 병들고 늙기도 하는 생명체라는 걸 깨달을 것이고, 어떻게 보살펴주어야할 지 스스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가치가 있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그림이 그다지 아이를 확 끌어당기는 힘은 없는 것 같다. 내용 역시 커다란 클라이막스랄까? 긴장감이랄까? 그런게 없다. 그래서, 오히려 이 그림책은 조금 생각의 깊이가 있는 아이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이 보기에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