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을 날게 하라 - 창조의 동물원, 아사히야마
한창욱.김영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참 멋진 제목이다.

제목 하나로 책의 내용을 짐작케 한다. 또한 무엇이 필요한 지 한 문장으로 확실하게 감이 온다. 그렇다. 펭귄은 날지 못하는 새다. 날지 못하는 새를 날게 하는 동물원이라니.. 흥미가 생긴다. 천편일률적인 동물원의 모습만 알고 있는 내게-솔직히 가본 동물원도 몇군데 되지도 않는다- 펭귄이 나는 동물원이라는 테마 자체가 굉장한 흥미거리이다. 또한 거기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더군다나 홋카이도같이 추운 지방에서 재대로 펭귄을 느낄 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동물원. 어릴 때 유치원에서 단체로 간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에는 커다란 코끼리가 있다. 올망졸망 서 있는 아이들 뒤로 코끼리가 걸어간다. 동물원 하면 떠오르는 동물들이 대부분 아프리카의 동물이라는 사실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물론 다른 지역의 동물들도 많았지만 아이의 눈을 끄는 동물들은 아프리카 동물들이었다. 어릴 때 본 동물의 왕국도 아프리카 동물이 주로 나왔던 것 같다. 그만큼 동물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큰 아프리카 동물들이 있는 동물원보다 아기자기하게 테마를 가진 작은 동물원이 많다. 동물원의 재정이 열악해진데에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동물들이 많은 동물원도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다. 직접 만지거나 먹이를 줄 수 있는 동물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의 큰 동물들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크다. 지역적으로 지방에 속하는 내가 사는 곳에는 그나마 있던 한개의 동물원이 재정적자로 문을 닫고, 사파리형으로 개조하기 위해 휴원중이다. 사파리형이라...좋지. 그런데, 그 동물원은 또 얼만큼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동물원의 동물들이 슬퍼보이는 것은, 그들의 생태환경에 맞지 않는 곳에서 철창안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이 이야기하는 동물우너도 그런 모습이었다. 동물원이 동물을 구속하지 않으면서 동물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고려되어야할까? 그것은 바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만이 아닌 동물들의 입장에서도 고려되어야하는 것이다. 바로,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재정적자 속에서 페원을 앞두고 선택한 것이 그런 것이었다. 동물들의 생태환경이 동물들에게 맞지 않다보니 늘 잠만 자고 있거나 이상행동을 하거나 난폭해지거나 동물들을 사람들이 좋아할 리 없다. 동물원은 동물들의 생활이 생생하게 보여지는 곳이어서 사람의 흥미를 끌어야하고, 동물들에게도 갇혀있는 구속의 장소가 아니라 살아가는 또다른 장소여야 한다.

 

이 책은, 경영에 있어서의 창조성을 강조하는 책이기는 하지만, 그와 더불어 동물원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장점을 가진 책이다. 때마침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원장이 한국을 찾은 때라 그런지 신문기사 검색을 하니 제법 많은 기사가 뜬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원장의 방한과는 관계없이 나온 책이기에 시류성 책자가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창조와 창의를 중시하는 지금의 경영철학을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아사히야마동물원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지금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동물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위에서 아래까지-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이다. 아무리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놓아도 위에서 잘라버리면 이루어질 수 없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경영자의 마인드가 열린 사고가 되지 않으면 변화는 오지 않는다.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도퇴가 있을 뿐이다.

 

또한,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한 단기적인 변화는 순간의 이목을 끌 수는 있어도 순간은 순간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한 열두가지 그림을 제시하였다. 그 그림을 바탕으로 하나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건, 기업만이 아니라 정치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지금 당장의 정권유지를 위해, 인기관리를 위해 단기적인 계획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생명은 짧다. 오랜 기간 몇 십년을 한 길을 걸어오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실천하는 정치인의 생명은 길다. 그것이 함께 사는 길이다.

 

펭귄을 날게 하는 것은 우리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과도 같다. 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일이 성취되는 과정인 것이다. 그 과정 속에 삶이 살아숨쉰다. 창의와 창조는 지금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예로부터 창의와 창조적으로 사고한 것들만이 현재까지도 살아숨쉬고 있다. 그렇지 못한 것들은 한때의 인기, 한때의 유행으로 사라지고 만다. 장기적안목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때 그 생명력은 길어진다.

 

멀리보고 크게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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