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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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프리다 칼로라는 화가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다. 관련 책도 읽었고, 그림도 보았다. 뮤지컬 프리다를 보았을 때, 프리다 칼로의 삶에 대해 더 알아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서정욱은 대중이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썼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친절한 책이어서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그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프리다 칼로 본인이 말한 의미, 그리고 저자의 설명까지 더해지고 나면, 나의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어서 조금 아쉽다. 


얼마전부터 부산에서도 프리다 칼로의 그림 전시가 있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레플리카전이기는하지만 한번 가서 보는 것도 좋겠다. 


1970년대 초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페미니스트들을 열광시켰다고 한다. 직선적이고, 자신감이 넘치고, 여자의 감정을 드러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는 이 그림들을 누군가가 봐달라고 그리기보다, 자신의 일기를 쓰듯이 그렸다. 그렇지만 <벨벳 드레스를 입은 자화상, 1926>은 자신을 떠나려는 남자 친구 알레한드로를 붙잡으려고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이고, 교통사고로 인생이 바낀 때였으니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초상화를 보내기도 했지만, 알레한드로의 초상도 그렸다. 그 작품은 21살에 그렸지만, 45살이 되어서야 서명을 새로 하고 프리다 칼로가 세상을 뜨기 2년 전에 알렐한드로에게 보냈다. 그 그림은, 세상에서 사라졌다가 알레한드로가 죽은지 4년이 지난 후 1994년에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알레한드로에게 프리다 칼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디에고 리베라와의 관계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라한드로가 궁금해졌다. 


프리다 칼로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는 민족주의 화가로 고대 아즈텍 문명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디에고 리베라는 벽화로 유명해진 화가로 대중성이 있었다. 디에고의 벽화에는 사회계층의 실생활을 그리고, 계층 간의 격차, 불평등, 그리고 자본주의와 산업화를 비판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프리다 칼로는 결혼 후부터는 남편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살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녹색, 하얀색, 붉은색(멕시코 국기에 사용되는 색)을 자주 사용하여 멕시코의 뿌리가 녹아든 그림을 그렸다. 


디에고 리베라는 왜 프리다 칼로와 결혼을 했을까? 결혼 생활을 하는 내내 바람을 피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혼을 했다가도 다시 재혼을 하면서까지 같이 살았다. 디에고는 끊임없이 바람을 피웠다. 하물며 프리다 칼로의 여동생과도. 남편이 계속해서 바람을 피웠지만, 프리다 칼로는 오히려 디에고의 바람 상대와도 친구처럼 지냈다고 한다. 남편이 아무리 바람을 피워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제3의 눈이 있을 만큼 위대한 천재화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프리다 칼로는 그와 헤어지지 않았다. 물론 디에고도 프리다에 대해 "만약 내가 그녀를 알지 못하고 죽었다면, 나는 진짜 여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었을 거에요!"(p.127)라고 말한다. 범인인 나는 이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지만, 천재성을 지닌 예술가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보다.  


초현실주의를 주장한 앙드레 보르통, 파블로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로부터도 극찬을 받았던 프리다 칼로의 그림이 있다. <두 명의 프리다, 1939>라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자 그 당시 유행하던 초현실주의 미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리다 칼로는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렸다기 보다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를 현실적으로 그렸냈을 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결론은 그렇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아픈 현실을 그림을 그려냈고, 그 그림을 통해 그 자신이 위로를 받았고, 자신이 다짐이나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바꾼 버스 사고로 인한 고통, 남편인 디에고의 끊임없는 바람, 계속된 유산, 그리고 고대 아즈텍 사상과 멕시코의 민속 문화를 떠올리는 소재들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 책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프리다 칼로의 인생이 그려진 그림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다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주제가 책을 읽는 재미는 떨어뜨린다. 만약 프리다 칼로의 그림 중에서 각각의 소재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설명을 읽었다면, 저자의 설명에서 한발짝 물러나 각자가 그림의 해석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견딜 수 있답니다."(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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