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은, '모모의 여름방학'이라는 다소 밋밋한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의 어린왕자라는 단어가 싫었을까? 어쨌든, 그냥 손을 뻗어 책을 선택하기에는 꽤 심심한 제목이지만, 책을 읽어보면 첫인상은 지워진다.
수레국화마을에 사는 아랍계 이민자... 그러니까 모모는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이민자 집안의 아이이다. 수레국화마을은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낙후된 동네이고 형편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도 많다. 모모의 누나인 파티마와 엄마는 모모가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하기를 바란다. 모모를 찾아온 교장선생님은 모모에게 추천도서목록을 전해준다.
현재의 상황에서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생각을 바꾸고 의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책'만큼 좋은 자료가 있을까? 우리가 여전히 '책의 유용성'을 얘기하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다.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등록하러 간 모모. 도서관 등록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조금 의외지만, 어쨌든, 모모가 도서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누나가 도와준다.
도서관에서 모모가 빌린 첫 책은 [어린 왕자]이다. 그리고 누나로부터는 [방드르디, 야생의 삶]을 선물로 받는다.
도서관을 오가며 책을 빌리는 모모는 어느날 우연히 은퇴한 교사 에두아르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모모를 이주민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어린 왕자라고 불러주는 할아버지. 그리고 이동도서관의 수아드까지. 모모의 여름방학은 특별한 날들이 이어진다.
에두아르 할아버지는 모모의 책읽기를 도와준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책을 읽을 때 우리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작가를 알고 읽을 때 책의 내용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등등...
일부 부모들이 자녀에게 책을 읽어야한다고 강요만 하고, 정작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책을 읽으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모델이 되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이든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거나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억지로 하는 것은 제대로 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은 권수는 많지만, 책의 내용을 체화하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모모는 자신의 독서를 응원해주는 누나와, 즐겁게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할아버지와, 그리고 늘 모모의 책 읽기를 도와주는 이동도서관의 수아드까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준다.
언젠가 읽었던 어떤 책에서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전 마을이 함께 키워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러던 어느날, 에두아르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모모에게 해주었던 것들을, 이제 할아버지에게 돌려주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할아버지의 벗이 되어준다. 결국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맞이하지만, 모모는, 작가가 되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초등 5~6학년이 대상인 점에서 모모가 읽은 책을 함께 읽어보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은 다음 다른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을 아이들이 기대된다. 방학 때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이 세상의 모든 어린 왕자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