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열한 번째 생일 파티 낮은산 키큰나무 5
라헐 판 코에이 지음, 김영진 옮김 / 낮은산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사실, 나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한 것이 벌써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지니 요즘 아이들이야 말해 무엇할까? 가족제도가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된 이후, 생활의 변천은 빠르게 진행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가족제도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전통적인 한국사회의 붕괴 역시 여기서 기인하는 것이 많을 것이다.

 

생활의 편리를 추구하던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둘레에서도 편리함만 추구하게 된 것같다. 그로인해 유발된 사회현상은, 노인인구의 급증과 더불어 또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독거노인의 대부분이 가족이 없는 노인이 아니라 가족과 떨어져 사는 노인들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가족이 책임지던 부양의 의무가 사회의 책임이 되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부양의 의무를 짊어진 사람들에게선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다.

 

이 책은, 역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지 않던 한 소녀가 증조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되고, 증조할머니가 있는 요양원에서 새로운 눈을 뜨게 된 이야기이다. 치매로 인해 망각의 세게에서 살고 있는 증조할머니와 요양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바라보는 노라의 시각은 슬프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다. 아마도 작가가 바란 것도 이런 것이엇을지 모른다. 치매증상을 앓고 있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회적으로 부양해야 할 수많은 노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유쾌함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치매는, 우리 역시 맞닥뜨릴 수 있는 증상이며, 내가 가까이 알고 지내는 이들에게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증상이다. 우리는, 치매노인이 구박을 받거나, 마치 죽은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지금까지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모습은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다음 세대에게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치매노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어디서나 일반적이고 그 일반적인 태도를 배우고 있다. 그것만이 그들과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방법이라는듯이.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생각이 얼마나 무미건조한 편리주의인지를 깨닫게 된다.

 

현재를 잃어버렸지만, 과거를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생활을 되살려주는 것은 일시적인 퍼포먼스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아직 살아있음을, 그래도 살 가치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그들을 가족이나 친척 혹은 친구로 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짐처럼 여겨졌던 이들이 우리의 삶 속으로 다시 살아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와 그들이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노라의 천진난만한 생각이 쭉 뻗은 길처럼 평탄하게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노라의 노력이 친구들을 변화시키고, 요양소의 간호사들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나의 어머니, 그러니까 아이의 외할머니는 홀로 살아가고 있다.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사람들은 잘 만들어진, 돈으로 잘 꾸며진 편리한 요양소를 권장한다. 더불어 그들(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여유만 된다면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생활의 편리함은 만족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신적 만족까지 얻을 수 잇을지는 미지수다. 그들이 나이가 들고, 혹시나 치매증상을 앓게 된다하더라도 그들과 우리는 함께 하는 사람을 누릴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키워준 이들에 대한 보답이요, 우리 역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열살때의 즐거웟던 기억만 가지고 있던 노라의 할머니가 열한살 생일을 맞이하는 날, 요양소는 축제가 열린다. 그 축제는, 다름 아닌 노라와 친구들이 만든 축제다. 그 축제를 통해 요양소의 사람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게 된다. 할머니의 열한번째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노라의 귀여운 모습은 유쾌한 삶의 이야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