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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ㅣ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평점 :
판소리를 조선의 오페라로 해석했다는 점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판소리 열두마당 중 현재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 다섯마당(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수궁가, 적벽가)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사라진 일곱마당 중 줄거리가 확실하고 널리 알려진 네마당(옹고집타령, 장끼타령, 변강쇠타령, 숙영낭자전)을 책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외에 판소리가 어디에서부터 왔을까를 살펴보며, 한국의 전통 서사(향가, 고전소설 등)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어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웬만하면 들어본 내용일 겁니다. 그렇지만, 챕터마다 소개된 음악을 듣는 경험은 특별합니다.
심청가의 핵심 주제는 '효'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요. 최근에는 낲 못 보는 아비를 두고 목숨을 버린 것을 두고 오히려 불효라고 말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정승 부인이 공양미를 대신 내 주겠다고 하는데도 인당수에 빠지는 것을 선택합니다. 심청이 효녀로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운명적으로 희생을 합니다. 저자는 심청이의 효 실천이 단순한 도덕적 가치에서 벗어나 신의 은혜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독창적인 사고(P.35)를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당시 사람들의 신앙적 보면,조선 사회의 가장 중요한 미덕 중의 하나로 그 시대의 유교적 가치관을 뚜렷하게 드러(P.34)내고 있습니다.
심청전의 대표곡으로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소개합니다. 송가인과 남상일이 설특집으로 출연하여 불렀던 영상입니다. 이 책에서 우리에게 소개하는 음악들은 판소리에 대한, 그리고 우리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 깨줄 수 있는 곡들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많은 음악 자료 중에서 책의 내용과 어울리는 곡을 찾아줍니다.
수궁가에서는 첩첩 산중의 호랑이가 별주부의 말을 듣고 내려오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몇 년전 우리에게 이 노래가 꽤나 핫했던 적이 있지요. 이 노래가 수궁가의 한 장면이란 걸 알았나요?
범나려 온다 범이 나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김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쏭달쏭 꼬리는 잔뜩 한발이 넘고
동이 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새낫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 헛치고
주홍입 쩍 벌리고 자래 앞에 우뚝서 흥행흥행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깨지난 듯 (P.76)
아주 신나게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판소리 또한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면서 당시의 음악적 유행이 가미되지 않았을까요?
수궁가는 구토지설이라는 이야기로부터 왔는데, 불교의 전파가 성행했던 시기에 불전 설화가 들어오면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적벽가는 중국의 유명한 소설인 삼국지연의 중 적벽대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판소리인데, 고향을 그리워하는 군사들의 목소리가 많이 담긴 것이 특징입니다. 19세기 양반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나 신분제가 해체되는 20세기 즈음에는 그 인기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소개된 곡은 THE MASTER에서 왕기철이 부른 적벽가입니다. 찾아서 한번 들어보시면 좋겠네요.
옹고집타령은 소설로도 만들어져 옹고집전으로 전해집니다. 창을 잃어버려 판소리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옹고집전으로 우리에게 다양한 버전이 전해집니다. 이 책에서는 박동진 명창이 1972년 복원하고 완창한 내용을 참고하였다고 합니다.
재미나게도 옹고집타령 부분에서는 설날마당극 [옹고집전]을 연결하여 소개합니다. 어렸을 때 명절 때마다 마당놀이 보는 재미가 꽤 좋았는데, 오랜만에 이 책의 큐알코드를 통해 마당놀이를 다시 보았습니다. 1989년 설말 마당극을 소개하고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향가를 삼국시대의 뮤지컬이라고 하니 조금 낯설게 여겨집니다. 그 당시 이 도솔가는 어떻게 가창되었을까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4구체 향가의 가사뿐이지만, 그것을 모티브로 하여 창작뮤지컬 등으로 다시 불려질 수 있습니다.
도솔가에서 월명사가 부르는 노래는 신과 인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P.180) 신라시대는 불교가 널리 퍼져 있던 시기였기에 사람들은 인생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불교적 구원을 열망했을 거라고 봅니다.
판소리댄스컬 '몽연'의 넘버로 듣는 서동요, 국악그룹 길의 '처용가' 등을 들어봅니다. 이러한 향가를 노래가 아닌, 글로 배웠기에 그저 어려운 문장들로만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당시의 노래는 알 수 없지만 새롭게 창작되어 가창될 수 있어 어렵게만 느껴졌던 향가들이 조금은 가깝게 느껴집니다.
'판소리'를 대표 제목으로 내세웠지만, 판소리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두 장에 걸쳐있습니다. 그 외의 장르들은 큐알코드로 새롭게 창작된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이 책은 초심자를 위한 길라잡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을 통해 우리 음악의 무궁무진한 변신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사나 내용이 주는 깨달음도 있었고요.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고전을 좀더 가깝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